하늘 첫동, 할머님 가신지 열흘.
세배 드릴 할머님 안 계시어도 새해 첫날은 눈 내린 물처럼 조용히 왔습니다.
산소에 꾸벅 인사드리고
눈길 손바닥으로 짚어가듯 찾아간 현덕사.
고즈넉히, 엎드린 산 아래, 단청 입히지 않아도 으젓한 사찰이
그리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할머님 오래 뵈오신 분이 불단 세우시고 경 읽고 계신 줄은 몰랐습니다.
참,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할머님 누워 계신 가까이에 좋은 스님 계시고, 좋은 소리 들리는
마음의 정토 같은 곳이 있어서 참으로 다행이다 생각했습니다.
외롭지 않으시겠구나, 물소리, 새소리처럼 좋은 소리 그곳까지 들리겠구나...
감빛 진한 보위차 여러번 채워 주신 큰스님.
스님이 세상에서 가장 큰 사람이라 하신 말씀
가슴에 담고
작은 그릇, 넓되이 하란 말씀으로 듣겠습니다.
물빛 뚝뚝 떨어질듯한 오늘의 하늘처럼 맑게 살라는 말씀으로 듣겠습니다.
입으로 마신 차가 아니라 가슴으로 마실 차를 주셔서
올 한해 그 차향 처럼 진하되, 넘치지 않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언제 또 찾아 뵈올지 모르나
항상 건강하시고
많은 이들에게 가르침 널리 주셔서 감사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