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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내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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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2009년 02월 12일 (10:53)조회수조회수 : 809
추석 연휴 셋째 날 현덕사를 찾았다. 기상 관측 이래 가장 강력한 태풍이라는 매미의 영향을 받아 빗줄기가 거세었다. 와이퍼를 바삐 움직여 빗물을 걷어내건만 눈앞은 여전히 뿌옇다. 작년 이맘때 산과 들을 할퀴고 간 태풍 루사의 흔적이 아직도 군데군데 남아 있어 자동차가 웅덩이를 지날 때마다 거대한 물보라를 일으킨다.
장대비를 뚫고 달려 온 자동차는 이윽고 절에 오르는 계곡으로 들어섰다. 길섶 이름 모를 풀은 축축해진 제 몸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여 비스듬히 누워서 흙내를 맡고 있다. 푸른 소나무 사이로 삐죽 고개를 내민 관엽 식물의 잎새에는 살그머니 다가 온 가을이 내려앉았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저 계곡을 따라 노랗고 빨간 물감이 퍼져 나가겠지.
빗방울 소리에 풍경소리 마저 묻혀버린 현덕사는 고요했다. 추석 명절 때문인지 아니면 태풍 때문인지 오늘따라 거사님, 보살님 한 분 보이지 않는다. 비와 한 덩어리가 되어 흐르는 계곡물소리, 가을채비를 하는 나무들의 움직임 한가운데 자리한 법당은 깊은 기도를 하는 사람처럼 평온하기 그지없다.
부처님 전에 절을 올렸다. 이 순간만큼은 속을 끓이고, 사람을 시기하고 미워했던 지난 일들이 한없이 부끄럽게 여겨진다. 법당 안에 가득한 향내가 절을 하는 동안 내 몸 구석구석을 말끔히 씻어준다.
"향 싼 종이에서는 향내가 나고, 생선 싼 종이에서는 비린내가 난다"는 말이 있다. 이 글을 처음 접했을 때는 향내나는 사람이 되리라 마음먹었었는데 세월이 지나면서 향내보다는 비린내나는 사람에 가까워졌다. 절을 하면서 마음을 다잡아 본다. 어리석음을 비워서 꼭 향내나는 사람이 되리라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바라본 계곡은 가을이 한층 깊어졌다. 차창을 내리자 쏟아지는 빗줄기가 사정없이 들어온다. 얼굴을 밀고 들어오는 비릿한 비 냄새에 섞여 어디선가 은은한 향내가 나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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