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物脫根塵 頭頭顯法身
莫論去與住 處處盡吾家
한 물건이 이 육신을 벗어나니, 온 우주 가득한 모든 생명이 법신을 나투네
가고 머뭄을 논하지 말라, 곳곳이 나의 집이니라..
조계종 종정을 지내신 영축총림 통도사 방장 월하 스님의 임종게송입니다. 요사이 한국 불교의 큰 봉우리들이 열반을 많이 하셨습니다. 태고종 승정 덕암 스님, 조계종 원로의원 덕명 스님, 통도사 방장 월하 스님... 시절이 한 해를 갈무리하는 시절이어선지, 계절이 겨울이어선지, 아니면 한 시대를 가름하는 철이어선지, 안쓰러운 마음 가득합니다.
본래 승가의 입적이야 육신의 옷을 훌훌 벗어 던지는 일이라 안타까워 할 일은 아닙니다만, 인연과 속절없는 정으로 덮은 우리네 마음으로야 참으로 서운하고 아쉬운 일입니다.
옛날이라 옛적이라 간날이 간적이라 끌래절 갈래절 잘하고 못한 일을 소끄리 삼태이 모주랑 비로 싹싹쓸어서 팽가질하고 새로나 새정두고서 잘살아 봅시다...
정선 아리랑 가운데 하나입니다. 님을 보내고 세월을 보내고, 하시절 보내는 아쉬운 심정을 어쩌면 이리도 간결하고 명쾌하게 선열(禪悅)로 바꿔 놓았는지...참으로 아름다운 아리랑입니다. 월하 스님 임종게와 하나도 다름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현덕사는 생명을 아름답게 가꾸는 고운 마음씨를 지닌 님들의 도량입니다. 이 겨울 큰스님들을 보내면서, 한해를 보내면서 님들의 아름다움과 함께 할 수 있는 저는 참으로 행복한 산승이라는 생각을 다시 해 봅니다.
여래(如來)께서도 어쩔 수 없는 것이 인연이라 했습니다.
큰 스님들의 열반이 우리들에게 어떤 인연으로 남을지, 어떤 인연으로 지을지는 순전히 님들 각자의 '내 몫'입니다. '내 몫'을 가꾸는 생명이야말로 참으로 귀하고 아름다운 법입니다.
가시면서도 참으로 귀한 가르침을 남기신 선지식들께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참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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