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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체유심조 ( 불교신문 9월 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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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2009년 02월 17일 (16:10)조회수조회수 : 556
●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마음밖에 아무것도 없는데
따로 무엇을 구하랴”

올여름 작열하던 뙤약볕도 입추란 절기 앞에선 고개를 숙이기 시작하더니 이젠 아침저녁의 선선한 바람이 사람을 움츠리게 만든다. 온다는 연락도 없이 친한 도반이 찾아 온 것처럼 마음속으론 가을이 온 것이 몹시 설렌다. 모든 것이 가면 오고, 오면 가는 것이라지만 계절이 바뀔 때마다 허전한 그 무엇 때문에 아직도 어린애처럼 마당가를 서성이게 된다.

출가하기 전 동네 친구들한테, 항상 하는 이야기가 있었다.

“모든 사람들의 마음은 같고, 단지 생각이 다를 뿐이다”

“모든 것은 생각이 다 만든 것이다”

이 말을 샘물에 비유해 많이 이야기했는데, 샘물의 원천은 마음이라고 하고, 흘러나오는 물은 생각이라고 했었다. 이 물을 길 가는 목마른 나그네가 마실 수도 있고, 밤새우는 구슬피 우는 소쩍새가 마셔 소쩍소쩍 하는 소쩍새 울음소리로 나올 수도 있다.

온 산을 뛰어 헤매는 산토끼가 마실 수도 있고 ,그리고 살기충천한 독사가 마셔 맹독의 독을 만들 수도 있다. 샘 밑에 자리 잡고 살고 있는 산딸기나무가 먹으면 예쁘고 맛있는 산딸기를 맺고, 산당화가 먹으면 넉넉한 분홍 꽃잎으로 피어나서 소박한 향기로 거듭날 것이다.

샘에서 솟은 물은 하나로 솟았지만 인연 따라 갖가지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다.

우리들의 생각도 불성의 원천인 마음에서 나와서 한없이 자비스럽기도 하고, 때로는 질풍노도와 같이 무섭기도 하다. 예쁜 꽃을 보면서 사랑스러운 생각을 내기도 하고, 아름다운 산새들의 노래 소리를 들으면 즐겁기도 하다. 그래서 마음을 어디다가 쓰느냐에 따라 선, 악 , 사랑도 미움도 깨달음도 우매함도 함께 할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출가에 뜻을 두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세상사는 것이 그냥 그렇고 그렇게 보였고, 항상 마음은 깊은 산중 절에 가 있었다. 청년회를 다녀서인지 인연 있는 스님들이 몇 분 계셨는데, 절에 며칠씩 머무르면 마을에 내려가고 싶은 마음이 없어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을에 내려오면 또 절에 가야지 절에 가야지 하면서 마음은 콩밭에 있는 생활을 반복하기도 했다.

지금은 출가하기 전 나의 바람대로 강원도 강릉의 깊은 산골에 숨어 부처님 모시고 솔바람소리, 산새소리 들으며 살고 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왜 그렇게 힘들고 어렵게 사냐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원효스님의 말씀처럼 “모든 것은 일체유심조(一切有心造)고, 모든 걸 마음으로 짓고 만들기”에 지금 나의 생활은 무척이나 즐겁고 행복하다. 가끔씩은 옷이 땀에 흠뻑 젖도록 운력도 하고, 경전도 보고 그리고 신심이 나면 며칠씩 좌선 삼매에 빠지기도 한다.

심생즉 종종법생(心生則 種種法生: 마음이 생하는 까닭에 여러 가지 법이 생기고)/ 심멸즉 감분불이(心滅則 龕墳不二: 마음이 멸하면 감(龕)과 분(墳)이 다르지 않네)/ 삼계유심 만법유식(三界唯心 萬法唯識: 삼계가 오직 마음이요, 모든 현상이 또한 식(識)에 기초한다.)/ 심외무법 호용별구(心外無法 胡用別求: 마음밖에 아무 것도 없는데 무엇을 따로 구하랴)

오늘도 원효스님의 이 말씀을 가슴 속에 되새기며, 시원한 가을바람을 벗 삼아 호미를 찾아 들고 얼마 전에 심어 놓은 배추밭으로 간다.

현종스님/ 강릉 현덕사 주지

[불교신문 2160호/ 9월7일자]

2005-09-03 오전 11:41:01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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