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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종정 법전스님 하언거 해제 법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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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2003년 08월 11일 (11:54)조회수조회수 : 2,527
마른 것은 마르게 두고 무성한 것은 무성하게 둔다고 할지라도 조계종정 ㆍ 해인총림 방장 법전스님 일지영일지고 一枝榮一枝枯하고 중심연엽갱부소 中心緣葉更扶疎로다 황앵임해천반어 黃?任解千般語하야 면득방인탄자무 免得傍人彈子無로다 한 가지는 무성하고 한 가지는 말랐는데 가운데 푸른 잎은 더더욱 우거졌네. 꾀꼬리가 천 가지를 말할줄 알아서 보는 사람이 배를 끄는 줄을 없애지 않게 되었네. 약산유엄藥山惟儼선사께서 천황도오天皇道悟스님과 운암담성雲巖曇晟스님과 함께 만행을 떠났습니다. 같이 산구경을 다녔는데 무성한 나무와 마른 나무를 동시에 보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약산선사는 함께 다니던 두 납자에게 물었습니다. “마른 것이 옳은가? 무성한 것이 옳은가?” 이에 운암스님이 말했습니다. “무성해야 옳습니다.” “그렇다면 일체처소에서 광명이 찬란하겠구나.” 그러자 도오스님이 대답했습니다. “마른 것이 옳습니다.” “그렇다면 일체처소에서 모두가 말라지게 해야겠구나.” 이를 가만히 듣고 있던 고사미高沙彌가 옆에서 한마디 거들었습니다. “마른 것은 제대로 마르게 두고 무성한 것은 제대로 무성하게 두어야 합니다.” 이에 선사께서 운암스님과 도오스님을 돌아보면서 말했습니다. “모두 옳지않다.” 그러던 어느날 약산선사께서 운암스님과 단둘이 산 구경을 다니게 되었습니다. 이에 약산선사의 허리에서 장두칼 소리가 나니 운암스님이 물었습니다. “무슨 소리입니까?” 이에 약산선사는 칼을 빼서 갑자기 운암스님에게 달려들어 찌르는 흉내를 내는 것이었습니다. 모두가 석두희천石頭希遷 선사 문하의 대선장들로 석두가풍을 유감없이 드러냅니다.. 뒷날 어떤 납자가 이 법문을 듣고서 어느 노장에게 물었습니다. “갑자기 달려들어 찌르려는 뜻이 무엇입니까?” 이에 그 노장이 대답하였습니다. “감히 거기에 머리를 내밀 수 없느니라.” 고인들은 움직일 때나 머무를 때나 앉을 때나 누을 때나 도道를 생각했기 때문에 한 마디 했다 하면 곧바로 귀결처를 알아차렸던 것입니다. 이런 공부인에게 해제와 결제가 무슨 차이가 있을 것이며, 큰방에 앉아있는 것과 산천을 다니는 것에 무슨 차별이 있겠습니까? 가는 곳마다 공부처요, 보이는 경계마다 거량처인 것입니다. 요즈음 납자들에게 이렇게 물었다면 모두 턱뼈가 떨어져 아무 말도 못했을 것입니다. 고인들이 이렇게 한 것은 그에게 안목이 있는가 없는가를 시험해보기 위한 것입니다. 한 철 제대로 정진을 했다면 가는 산천마다 이런 선지식을 만나게 될 것이고, 한 두마디 아는 소리를 할 수 있겠지만 그렇치 못한 사람은 눈 밝은 사람을 눈 앞에서 바로 만나더라도 거량은 고사하고 그 선지식조차 제대로 알아보지 못할 것입니다. 무성한 나무와 마른나무를 보고서 ‘어떤 것이 옳으냐’고 물으니 한 납자는 ‘무성해야 한다’고 대답했습니다. 이에 대하여 고인古人은 ‘속이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무성한 나무와 마른나무를 보고서 ‘어떤 것이 옳으냐’고 물으니 한 납자는 ‘말라야 한다’고 대답했습니다. 이에 대하여 고인은 ‘속마음을 아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마른 것은 제대로 마르게 두고 무성한 것은 제대로 무성하게 두어야 한다’고 한 사미가 대답했습니다. 이에 대하여 고인은 ‘아이를 예뻐하다가 추해지는 줄 모르는 꼴’이라고 했습니다. 그런 후에 마지막으로 ‘모두가 틀렸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산승이 해제대중들에게 묻겠습니다. 이렇게 대답한 고인의 답변에 과연 옳고 그른 것이 있습니까? 이렇게 대답한 고인의 답변에 과연 얻고 잃는 것이 있습니까? 한 철 동안 정진하여 안목을 갖춘 납자가 있다면 한번 제대로 된 답변을 해 보십시오. 만약 제대로 된 답변을 할 수 없다면 해제철도 결제삼아 더욱 정진해야 할 것입니다. 낙상황엽작금전 落霜黃葉作金錢하니 치해아제견희환 癡駭兒啼見喜歡로다 착득헌양구도호 捉得獻孃俱道好하니 부지수시신방관 不知誰是?傍觀고 서리맞은 단풍잎을 돈아라 하니 어린아기 울음 그치고 기뻐하였네. 가져다가 엄마에게 보이니 모두가 좋다고 말하나 곁의 사람 비웃음 받을 이는 누구이던가? 불기2547(2003) 하안거 해제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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