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1595년 한 여인이 한글로 쓴 亡夫歌 | ||
---|---|---|---|
작성자 | 崔圭軾 | ||
등록일 | 2009년 06월 22일 (18:26) | 조회수 | 조회수 : 3,616 |
현종 스님 ! 지난 5월23일 49재에 다녀갔던 崔圭軾입니다. 하도 虛無하고 착찹하여 e-mail로 아는 사람들에게 띄웠더니 반응이 오더군요. 삶과 죽음에 대한 懷疑를 가지고 살고는 있지만, 너무 虛無합니다. 언제 시간이 나면 다시 찿아 뵙겠습니다. 아래 글은 그 날의 所懷를 친구들에게 傳한 內容입니다. 오늘은 왠지 착찹한 날입니다. 친구가 저 세상으로 떠난지 사십구일째 되는 사십구재(四十九齋)일임니다. 강릉시 연곡면 만월산 아래 현덕사에서 하나밖에 없는 자식도 외국에 두고 법당에서 친척도 없이 홀로 서글피 울며 재를 올리는 친구 부인의 뒷 모습을 보고 나도 울었답니다. 왠지 망부가(亡夫歌)가 생각이 나서 글을 옮겨 봅니다. * 여기에 소개하는 "망부가"라는 글은 지금으로 부터 414년전인 1595년 안동에 살던 고성 이씨 가문의 이응태라는 사람의 묘를 지난 4월에 이장하던중 발견된 놀라운 한글로 쓰여진 편지인데, 31세라는 젊은 나이에 죽은 망자인 남편을 못잊어 슬픈 심정을 절절하게 적어 남편의 관(棺) 속에 넣어둔 한글로 된 아내의 편지입니다. 시공을 초월하여 편지의 원본도 큰 훼손이 없었을뿐만 아니라, 이 편지를 통하여 그 당시 조선시대 부부 사이에 수 놓아진 아름답고 지순한 사뭇친 사랑의 망부가를 다시 재조명해 봄으로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부부 사이의 맺어지는 아름답고 지순한 참사랑의 심도를 애절하게 느끼게 하는 글 이라고 사료되어 올려 봅니다. 망부가 (亡夫歌) 원이 아버지에게 당신은 언제나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둘이서 머리 희어지도록 함께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하여 나를 두고 당신만 먼저 가십니까? 이제 나와 어린이는 누구의 말을 듣고 어떻게 살라고 다 버리고 당신 혼자만 떠나가십니까? 당신 나에게 어떻게 마음을 가져왔고 나는 당신에게 어떻게 마음을 가져왔었나요. 함께 누우면 나는 언제나 당신에게 말 하곤 했지요 "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 처럼 서로 어여삐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까요?" 어찌 그런 일들 생각하지도 않고 나를 버리고 당신 혼자 먼저 가시는가요. 당신을 여의고는 아무리 애써도 나는 혼자 살아갈 수 없어요. 빨리 당신에게 가고 싶어요. 빨리 나를 당신에게 대려다 주세요. 당신을 향한 이 마음을 이승에서 잊을 수 없고 서러운 뜻 한이 없습니다. 내 마음 어디에 두고 자식 데리고 당신을 그리워하며 살 수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당신 말을 자세히 듣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써서 넣어 드립니다. 자세히 읽어 보시고 말해 주세요. 당신 내 뱃 속에 자식 낳으면 "보고 말 할 것 있다" 말씀하셨지요 ? 그런데 이렇게 혼자 가시니 뱃속에 자식 낳으면 누구를 아버지라 하라는 것인가요 ? 아무리 한들 내 마음같겠습니까 ? 이런 슬픈일이 또 어디에 있겠습니까 ? 당신은 한갖 그 곳에 가 계실뿐이겠지만 아무리 한들 내 마음같이 서럽겠습니까 ? 당신을 사랑하는 이 마음 한도 끝도 없어 다 못 쓰고 대강만 적습니다. 이 편지 자세히 보시고 내 꿈에 와서 말 해 주세요. 나는 꿈 속에서는 당신을 볼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리운 당신 몰래 와서 당신 모습 보여주세요. 말해 주세요. 꿈길에 몰래와서 보여주세요. 하고픈 말 끝이 없지만 이만 적습니다. 이 편지의 마지막 부분에서 "꿈속에서는 그리운 당신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라고 믿으면서 당신의 모습을 빨리 보여 달라"고 몇번이나 반복해서 말 하는 애절한 아내의 슬프디 슬픈 마음이 읽는 이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합니다. 사랑하는 감정이 왠지 인색해져가는 이 시대에서 414년전에 살았던 이 부부의 애절한 사랑의 감정을 읽으면서 지고지순한 참 사랑은 인생을 마감하면서도 아름다운 신념으로 부활 할 것 이라는 최선에 대하여 생각해 봅니다. 사랑하던 님을 보낸 후 바람처럼 풀어지는 세월의 깊은 고요를 스러져간 이 여인의 애?은 삶을 상상해 보면서 잠시 눈을 감아 봅니다. 한줄기 뜨거운 눈물이 주르르 흐릅니다. 살아갈 시간 보다 추억의 골이 더욱 깊은 탓일까요 ? # 물론 이시대에 사는 우리들의 생각을 400년전으로 되돌리자는 것은 아님니다. 오해 없으시기 바람니다. 2009년 5월 넷째주 토요일 江陵 松亭洞 學古房에서 崔圭軾 올림니다. |
카타리나 | 카타리나 | 09/06/24 02:44 잘읽고 지나갑니다.지고지순한 참 사랑은 시대와공간 그리고 피부의차별을 초월해 아직도 지속 되고 있지요.사랑은 서로가 노력을 하며 가꾸어 갈때 무러익지 않겠읍니까?삼십오여년 부부 생활에 아침에 침대가에 차한잔 나누며 새로운날을 함께 맞이함에 행복감을 느낍니다.한줄기 뜨거운 눈물이 새출발이 아니겠습니까? 날마다 참사랑의 아름다운 시간이 되시길 두손 모아 기원드립니다. | 09/06/24 02:44 |
---|---|---|
폴라리스 | 폴라리스 09/06/24 22:02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달콤한것이 사랑이라고 누군가 말했는데 사랑하는 남편과 친구를 보내신 두분의 슬픔이 콧날을 시큰하게 합니다 부디 극락왕생을 빕니다.나무관세음보살....._()_()_()_ | 09/06/24 22:02 |
※ 삭제나 수정시에 사용할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 | |
새글 작성하기 | ▲ 다음글 보기 ▼ 이전글 보기 목록보기 |
새글 작성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