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월산 이야기

게시물열람
제목

중부일보 컬럼 ㅡ소박한 산사의 밥상

작성자현덕사
등록일2018년 06월 14일 (12:46)조회수조회수 : 2,896
세상의 모든 일에는 전부 다, ‘그 때’가 있다.

특히 농사를 짓는 농부들은 시기를 매우 중요시 해야 된다. 때 맞춰 파종을 하고 심어야만 최고치의 수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식물은 기후의 영향을 절대적으로 많이 받는다. 올 봄엔 별로 한 것도 없었는데, 그만 때 맞춰 심고 씨를 뿌려야 할 것을 놓치고 말았다. 때 맞춰 피는 꽃들이 안 예쁘고 안 좋은게 없겠지만, 박꽃이 특별히 아름답다. 한 여름의 긴긴 해가 뉘엿뉘엿 서산마루를 넘어가면 그 때 주위에 있는 달맞이 꽃과 동무해서 새하얀 박꽃이 피기 시작한다. 


그런데 올해는 어쩌다가 때를 놓쳐 박 모종을 사기도 힘들었다. 주문진, 그리고 강릉의 씨앗이나 모종 파는 가게를 다 다녀도, 둥근 바가지 박 모종은 못사고 조롱박 모종만 살 수 있었다.

초가 지붕 대신 파란 잔디 위나 큰 바위에 둥근 달처럼 열린 큰 박이 점잖게 앉아 있는 것을 보는 즐거움이 있었는데 올해는 못 보게 됐다.

하얗게 피는 박꽃은 꽃도 커서, 자세히 보고 있으면 꽃이 톡톡 피는 것도 보인다. 필자는 풀내음을 머금은 소박한 박꽃의 향기를 참 좋아 한다. 사람에 비유하지면, 박꽃의 소박하고 청아한 자태나 향기는 어머니나 손윗 누이를 연상하게 한다.

늦었지만 호박도 몇포기 심었다. 호박은 참으로 유용한 식물이다. 노랗게 피는 꽃도 예쁘기는 하지만, 여린 줄기나 호박잎을 따 잘 쪄서 된장에 쌈 싸 먹으면 한 여름 반찬 중 최고의 맛이다. 애호박은 나물이나 된장찌개에 넣어 먹으면 정말 맛이 좋다. 그리고 가을에 잘익은 늙은 호박은 호박죽을 끊여 먹어도 참으로 맛이 좋다. 더 좋은 것은 한 겨울에 호박을 잘 깎아 줄처럼 길게 만들어 빨랫줄에 널어 얼렸다 녹았다 반복해서 말린 것으로 ‘호박떡’을 해 먹으면 세상 그 어떤 떡보다 맛이 꿀맛이다. 계절떡으로 봄에는 쑥떡을 서너번이나 해서 먹고 겨울에는 호박시루떡을 한 두번 해서 좋은 사람들과 나누어 먹는다.

지난 일요일 점심 공양 때, 갑자기 사람들이 많이 왔었다. 공양은 해야되고 준비된 찬은 별로없고, 늦게 심은 상추나 루클라는 아직 어려 먹을 수도 없었다. 

문득, 사찰 주위에 자생으로 자라는 토끼풀하고 머위가 떠올랐다.

그런데, 그 많던 토끼풀도 잘 자라 좋은 것은 누군가가 다 잘라먹고 안 좋은것만 남아 있었다. 부지런한 산토끼나 고라니가 먹은 듯 했다. 

몇 년전에 진주에서 가져다 심은 몇 그루의 가죽 나무가 있다. 연한 줄기만 땄다. 

예전에 누에를 쳤는지 산뽕 나무도 많이 있어 부드러운 뽕잎을 따서 제피잎과 함께 푸짐하게 잘 먹었다. 다들 최고의 오찬이라고 칭찬을 해주었다. 

사찰에서는 갑자기 공양할 사람이 많이 오면 텃밭에 있는 상추나 야채로 생된장에 쌈으로 대접하는게 제일 쉽고 풍성한 대접이다. 거기다 풋고추라도 있어 된장이나 고추장에 푹 찍어 먹으면 누구라도 만족해 한다.

고추도 얼마전에 심어 이제 꽃이 피고 고추가 열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가끔은 풋고추를 많이 사다 놓는다. 고추는 그래도 보관이 쉽고 좀 오래 두어도 먹을수 있다.

요즘 현덕사에 오면 일반적인 반찬이 아닌, 아주 색다른 먹거리가 많다. 방아잎이 있고 또 향이 억수로 진한 제피 잎도 있다. 큰 절 스님들이 많이 모여사는 곳에서는 점심때 고수 반찬이나 고수쌈이 나오면 밥을 두 그릇이나 먹을 만큼, 다들 좋아하는 특식이다.

가죽나물도 특이한 향이 있어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필자는 그 향이 좋아 봄철에는 경상도,특히 진주까지 가서 사 온다.

쪄서 나물도 하고 찹쌀풀을 발라 햇볕에 잘 말려 가죽부각을 하기도 한다.

그냥 연한 잎을 쌈으로 먹어도 맛이 좋다. 현덕사 주변에 이른 봄부터 늦여름까지 제일 흔하게 많이 나는 게 머위이다. 줄기는 줄기대로, 잎은 잎대로 나물이나 쌈으로 먹으면 쌉싸름한 게 그 맛이 일품이다. 

초가을 쯤이면 덜 여문 산초를 따 산초 장아찌를 담가 먹으면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맛으로 입맛을 돋운다.

가을에 어쩌다가 송이라도 몇 뿌리 생기면 덜 여문 박을 따서 송이 박꼬지 국을 끓여 내 놓으면 최고로 귀한 대접이 된다.

요즘에는 마트나 시장에 가면 시도 때도 없이 나오는 찬거리나 과일이 천지다.

하지만 제철 그 때에 나오는 채소나 과일의 맛이 훨씬 더 맛 좋고 사람들의 건강에도 좋을 것이다.


현종 강릉 현덕사

 
코멘트현황
코멘트작성
※ 삭제나 수정시에 사용할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
게시물처리 버튼
새글 작성하기 ▲ 다음글 보기 ▼ 이전글 보기 목록보기
게시판검색
자유게시판
순번제목작성자작성일조회수
1641 [현종칼럼] 절의 진정한 의미
현덕사 / 23-03-14 (화) / 조회 : 868
현덕사23-03-14 10:39868
1640 노보살님의 복주머니
현종 / 23-03-01 (수) / 조회 : 897
현종23-03-01 11:39897
1639 주지스님, 불교신문 논설위원 위촉
현덕사 / 23-02-13 (월) / 조회 : 925
현덕사23-02-13 20:46925
1638 사라지는 우리 설날의 풍속
현종 / 23-02-07 (화) / 조회 : 863
현종23-02-07 14:42863
1637 템플스테이, 그 인연
현덕사 / 22-12-21 (수) / 조회 : 1,008
현덕사22-12-21 12:021,008
1636 좋은 일은 지금 바로하자
현종 / 22-12-20 (화) / 조회 : 985
현종22-12-20 08:03985
1635 내것이 소중하면 남의것도 소중하다
현종 / 22-12-20 (화) / 조회 : 941
현종22-12-20 07:54941
1634 템플스테이 그 인연
현종 / 22-12-20 (화) / 조회 : 906
현종22-12-20 07:47906
1633 만월산 현덕사를 지키는 현덕, 흰둥이 [동물극장 단짝] | KBS 221112 방송
현덕사 / 22-12-04 (일) / 조회 : 954
현덕사22-12-04 21:33954
1632 기찻길 풍경
현종 / 22-10-27 (목) / 조회 : 1,181
현종22-10-27 15:201,181
1631 마른 하늘에 날벼락.
현종 / 22-10-27 (목) / 조회 : 1,062
현종22-10-27 13:531,062
1630 잡초와의 전쟁
현종 / 22-09-06 (화) / 조회 : 1,087
현종22-09-06 13:121,087
1629 불편해도 견디는것 하나쯤
현종 / 22-06-28 (화) / 조회 : 1,221
현종22-06-28 15:331,221
1628 그리움 (템플스테이 후기)[1]
강릉 / 22-06-01 (수) / 조회 : 1,384
1
강릉22-06-01 17:561,384
1627 [현종스님 칼럼] 당신이 부처입니다.
현덕사 / 22-05-18 (수) / 조회 : 1,374
현덕사22-05-18 12:541,374
1626 [김수아 기자가 간다] 힐링하러 사찰로! 템플스테이!
현덕사 / 22-05-16 (월) / 조회 : 1,249
현덕사22-05-16 09:511,249
1625 불교신문 - [천수천안] 어버이 마음, 부처님 마음
현덕사 / 22-05-05 (목) / 조회 : 1,295
현덕사22-05-05 10:571,295
1624 “종교 갖지 말라”는 스님 말씀…그래도 현덕사에 다시 올 이유
조용석 / 21-12-22 (수) / 조회 : 1,885
조용석21-12-22 19:091,885
1623 템플스테이 솔직후기
현덕사 / 21-07-13 (화) / 조회 : 2,261
현덕사21-07-13 09:302,261
1622 현덕사 템플스테이를 마치며
현덕사 / 21-06-29 (화) / 조회 : 1,679
현덕사21-06-29 07:161,679
게시판 페이지 리스트
새글 작성하기
계좌안내 : [농협] 333027-51-050151 (예금주 : 현덕사)
주소 : (25400) 강원도 강릉시 연곡면 싸리골길 170 (삼산리, 현덕사) / 전화 : 033-661-5878 / 팩스 : 033-662-1080
Copyright ©Hyundeoksa. All Rights Reserved. Powerd By Denobiz Cor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