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월산 이야기

게시물열람
제목

사라지는 우리 설날의 풍속

작성자현종
등록일2023년 02월 07일 (14:42)조회수조회수 : 861
중부일보 -
[현종칼럼]
사라지는 우리 설날의 풍속


우리 고유의 설 명절 풍속이 사라지고 있다. 이제 설 풍속도를 텔레비전 속에서나 보고 느낄 수 있다. 나와 아무 관련이 없는 듯한 설날이 되었다. 예전의 설날은 누구나 손꼽아 기다리던 최고의 명절이었다. 언젠가부터 설날을 구정이라 이름 붙여 고리타분한 시골 노인들이나 쇠는 것으로 격하시키더니, 다시 설날로 돌려놓았다. 참으로 다행이다.

그래 놓고 정작 우리가 외면하고 있다. 추석이나 설날 연휴에 유명관광지나 외국으로 여행을 떠난다. 여행갈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하고 많은 사람들이 고향의 부모형제를 찾지 않는다. 내가 살고 있는 강릉은 추석이나 설이면, 연휴 내내 여행객들로 교통체증을 겪는다.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우리는 대한민국 사람이다. 한국인은 한국인만의 정체성과 문화가 있다. 세시풍속이 있고 고유 명절이 있다. 예전 설날에는 큰집이나 작은집, 아주 가까운 친척 집의 어른들께 세배하고 정월 대보름날까지 타성바지 동네 어른들께 세배를 다녔다. 자연스럽게 어른을 공경하는 것을 배우고 몸으로 실천했다.

설날 놀이로 윷놀이와 널뛰기를 했다. 동네 누나들이 널뛰던 풍경이 눈에 선하다. 텅 빈 논바닥 양쪽에 구덩이를 파서 가운데로 높게 돋우어 널판을 올려놓고 높이높이 널뛰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지금은 널을 뛸 누나들도 없고 아이들도 없다.

설날은 우리의 조상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고유의 명절이다. 설날 조상님들께 정성껏 마련한 제물로 차례를 지내고 떡국을 끊여서 다함께 나눠 먹었다. 설날을 새해라 하여 묵은 것을 다 털어내고, 새로운 마음으로 새 옷을 입고, 집안 나이 순서대로 세배를 했다. 새해에도 건강하고 무병장수 하시라고 축수를 드렸다. 그러면 어른들은 세뱃돈을 주시고 올 한해 소원성취하고 복 많이 받으라고 덕담을 해주셨다. 그렇게 정월 대보름날까지 즐기고 기렸다.

내가 어렸을 때는 한복을 입고 세배를 하고 차례를 지냈다. 추석이나 설날에는 우리의 옷인 한복을 꼭 입었다. 평소에는 불편하다고 입지 않던 한복을 명절에는 챙겨 입었다. 한복을 입고 오고 가는 사람들이 많아 명절 분위기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한복 입는 사람들이 줄어들더니 올해는 한복 차려 입은 사람을 한 사람도 볼 수 없다. 우연히 텔레비전을 보니 그 속에서 사람들이 한복을 입고 있었다. 왜 우리의 한복을 우리가 안 입고 연예인들만 입는 옷으로 변해버렸을까. 현실이 참으로 씁쓸하고 마음에 큰 구멍이라도 뚫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누가 봐도 한복을 입은 남자, 여자,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보면 볼수록 한복의 우아함의 자태는 감동적이다. 한복을 입은 남자는 근엄하게 멋있고 여인은 아주 정숙하고 우아하고 아름답다.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를 보는 듯 아름답다. 때때옷인 색동저고리를 입은 아이들의 모습은 이 세상에서 제일가는 보물처럼 보인다.

정월 대보름을 앞둔 며칠 동안 풍물놀이를 하였다. 온 동네 사람들이 함께 집집마다 돌며 액운을 물리치고 복덕을 빌었다. 그러면 집 주인은 갖가지 음식을 대접하며 마을 사람들 간의 우의를 돈독히 하였다. 또 연날리기를 하였다. 갖은 솜씨로 연을 만들어 온 들판을 뛰어 다니며 하늘 높이 연을 날렸다. 그러면서 먼 세상을 내다보며 꿈도 키웠다.

그뿐인가. 정월 대보름날에 달집을 지어 먼 산에 올라간 사람이 달뜬다고 외치면, 달집에 불을 붙여 태웠다. 달집에 불을 붙이면 풍물소리는 절정에 이른다. 할머니와 어머니는 달집이 타는 것을 보며 가족들의 안녕을 빌었다. 달집에 걸어 두었던 애지중지하던 연도 달집과 함께 다 태워 버린다. 타고 남은 잿불에 콩을 볶아 먹으면 부스럼이 안 난다고 어머니들은 콩을 볶아서 아이들에게 먹이기도 하였다. 그 콩 맛의 고소함이 그때의 그리운 사람들의 얼굴과 달집의 불빛과 보름달빛의 기억들로 아스라이 떠오른다.

그런데 중국이 설날을 자기네 명절이라고 우기고 있다. 아름다운 한복을 우리가 멸시하고 천대하니, 약삭빠른 중국인들이 슬며시 자기들 옷이라고 우기고 있다. 소중한 우리 문화를 소홀히 하는 새에 그런 일이 생겼다. 우리가 우리 것을 귀한 줄 모르고 남의 것만 좇다가 이렇게 된 것이다. 언젠가는 우리 한복을 중국인들이 세계에서 최고로 아름다운 중화의복이라고 자랑하며 입고 있는 모습을 볼 것이다.

우리가 우리 것을 천대하고 멸시하면 결국 나 자신을 하찮게 여기는 것이다. 사라져가는 설날의 풍속을 되살려야 한다. 또 우리 토양과 기후와 절기에 맞게 만들어져 전해 내려오는 세시풍속이나 놀이는 우리가 계승하고 후대에 전승해야 할 유산이다. 소중한 문화유산을 우리가 귀하게 여기고 지켜야 할 것이다.

현종 강릉 현덕사 주지
코멘트현황
코멘트작성
※ 삭제나 수정시에 사용할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
게시물처리 버튼
새글 작성하기 ▲ 다음글 보기 ▼ 이전글 보기 목록보기
게시판검색
자유게시판
순번제목작성자작성일조회수
1641 [현종칼럼] 절의 진정한 의미
현덕사 / 23-03-14 (화) / 조회 : 866
현덕사23-03-14 10:39866
1640 노보살님의 복주머니
현종 / 23-03-01 (수) / 조회 : 896
현종23-03-01 11:39896
1639 주지스님, 불교신문 논설위원 위촉
현덕사 / 23-02-13 (월) / 조회 : 924
현덕사23-02-13 20:46924
사라지는 우리 설날의 풍속
현종 / 23-02-07 (화) / 조회 : 862
현종23-02-07 14:42862
1637 템플스테이, 그 인연
현덕사 / 22-12-21 (수) / 조회 : 1,006
현덕사22-12-21 12:021,006
1636 좋은 일은 지금 바로하자
현종 / 22-12-20 (화) / 조회 : 983
현종22-12-20 08:03983
1635 내것이 소중하면 남의것도 소중하다
현종 / 22-12-20 (화) / 조회 : 939
현종22-12-20 07:54939
1634 템플스테이 그 인연
현종 / 22-12-20 (화) / 조회 : 904
현종22-12-20 07:47904
1633 만월산 현덕사를 지키는 현덕, 흰둥이 [동물극장 단짝] | KBS 221112 방송
현덕사 / 22-12-04 (일) / 조회 : 952
현덕사22-12-04 21:33952
1632 기찻길 풍경
현종 / 22-10-27 (목) / 조회 : 1,179
현종22-10-27 15:201,179
1631 마른 하늘에 날벼락.
현종 / 22-10-27 (목) / 조회 : 1,060
현종22-10-27 13:531,060
1630 잡초와의 전쟁
현종 / 22-09-06 (화) / 조회 : 1,085
현종22-09-06 13:121,085
1629 불편해도 견디는것 하나쯤
현종 / 22-06-28 (화) / 조회 : 1,219
현종22-06-28 15:331,219
1628 그리움 (템플스테이 후기)[1]
강릉 / 22-06-01 (수) / 조회 : 1,382
1
강릉22-06-01 17:561,382
1627 [현종스님 칼럼] 당신이 부처입니다.
현덕사 / 22-05-18 (수) / 조회 : 1,372
현덕사22-05-18 12:541,372
1626 [김수아 기자가 간다] 힐링하러 사찰로! 템플스테이!
현덕사 / 22-05-16 (월) / 조회 : 1,247
현덕사22-05-16 09:511,247
1625 불교신문 - [천수천안] 어버이 마음, 부처님 마음
현덕사 / 22-05-05 (목) / 조회 : 1,293
현덕사22-05-05 10:571,293
1624 “종교 갖지 말라”는 스님 말씀…그래도 현덕사에 다시 올 이유
조용석 / 21-12-22 (수) / 조회 : 1,883
조용석21-12-22 19:091,883
1623 템플스테이 솔직후기
현덕사 / 21-07-13 (화) / 조회 : 2,258
현덕사21-07-13 09:302,258
1622 현덕사 템플스테이를 마치며
현덕사 / 21-06-29 (화) / 조회 : 1,676
현덕사21-06-29 07:161,676
게시판 페이지 리스트
새글 작성하기
계좌안내 : [농협] 333027-51-050151 (예금주 : 현덕사)
주소 : (25400) 강원도 강릉시 연곡면 싸리골길 170 (삼산리, 현덕사) / 전화 : 033-661-5878 / 팩스 : 033-662-1080
Copyright ©Hyundeoksa. All Rights Reserved. Powerd By Denobiz Cor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