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민 11-08-15 23:55 | | | 현덕사에서의 2박 3일(휴식형 템플스테이). 조회수 : 30 | 추천수 : 0 | | | 묵은 사람이 나간 자리, 새 사람이 들고..
잠시 잠깐의 머무름이었지만, 제겐 너무 꿈 같이 아련하고 달콤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지쳐있던 심신을 재충전하면서, 복잡했던 머릿속도 정리할 수 있었던 유익했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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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첫째날
휴가의 일부를 한적한 산사에서 조용히 쉴 수 있다는 기대와 설레임을 안고 들어선 현덕사의 첫 인상은... 서울에서 강릉까지 가는 내내 그렸던 아담하고 소박한 사찰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사람이 북적거리고, 너무 요란한 곳이면 어쩌나 걱정했었는데.. 기우였습니다.
방을 배정받고 템플스테이 기간 중 입을 옷과 고무신까지 받고 보니, 잠시나마 종교인이 된 것처럼 마음이 경건해지기도 했습니다. (참고로 저는 종교가 없습니다. ^^;;)
이른 저녁 공양을 마치고 사찰 주변을 산책도 하고, 일찍 잠들기가 아까워 법당 계단에 앉아 하늘의 달과 별을 오랫동안 감상...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이어폰으로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기분 .. 행복했습니다. (현덕사의 파수꾼 장군이와 보리도 함께 했습니다.)
#2.둘째날
아침 공양을 마치고, 49재로 조금 시끌한 사찰을 피해 가까운 연곡과 사천 해수욕장을 다녀왔습니다.
해수욕 인파가 많아 조용한 바다를 구경할 순 없었지만... 비릿한 바다 내음과 파도 소리만큼은 원없이 들을 수 있어서 좋았네요.
오후부터는 비가 내려 빗소리를 들으며 가져간 책을 읽었고,
저녁 공양을 마친 후엔, 마루 한켠에 앉아 어두워진 산사에 피어오르는 밤 안개를 오랫동안 감상.
가끔씩 들리는 풍경 소리가 음악 소리보다도 더 듣기 좋았던 밤이었습니다.
#3. 셋째날(마지막 날)
아침 예불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법당에 들어가 108배를 올렸습니다.
주지스님의 주문(?)으로 시작한 108배였지만, 108번의 오르내림동안 잡념의 시간을 거쳐 고요한 자기 집중의 시간이 찾아옴을 경험했고, 108배를 마치고 올려다 본 부처님의 표정이 너무도 온화하고 평화로와서 한참동안 합장을 풀지 못했네요.
아침 공양 후 주지스님과 여수에서 오셨다는 스님의 지인분들, 그리고 공양주 보살님까지 모두 차방에 둘러앉아 차(원두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사는 얘기를 했고,
떠날 시간을 앞두고, 하나라도 놓칠세라 경내를 다시 둘러보고 또 돌아본 후, 마지막 인사를 끝으로 현덕사에서의 2박3일 일정을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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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을 스쳐간 많은 세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마지막 인사를 마치고 돌아서 나오는 길... 아쉬움으로 몇 번을 뒤돌아 봤습니다.
이곳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 세심한 배려, 넉넉한 인심과 함께 고마운 기억으로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무뚝뚝하신 것 같으면서도 인정 많으신 주지스님. 무서우실 것 같아 괜히 겁 먹었었는데... 하나도 안 무서우시네요..^^; (너무 인간적이시고 소탈하시더라는.. )
시종일관 유쾌하셨던 기도스님. 마지막 인사 못 드려서 너무 죄송하네요.
웃는 모습이 너무 이쁘셨던 사무장님. 종종 걸음으로 왔다갔다 하시는 모습만 뵈도 기분이 좋아지더라구요.
맛있고 정갈한 음식을 만들어 주셨던 공양주 보살님. 새벽부터 저녁까지 너무 고생이 많으신데, 많이 도와드리지 못해 죄송했구요. 커피 드시는 틈틈이 영양가 있는 음식도 챙겨 드시면서 빨리 기운 차리셨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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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간의 휴가가 끝나가는 시간..
내일부터 또 팍팍한 일상이 기다리고 있지만, 현덕사에서 채워온 신선한 에너지로 당분간은 싱싱하게(?) 생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을 단풍 든 어느 주말.. 제가 현덕사를 다시 찾는 그날까지 ..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PS> 쓰다보니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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