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아르헨티나 신문에 실린 길상스님의 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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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길상 | ||
등록일 | 2009년 02월 14일 (10:40) | 조회수 | 조회수 : 3,422 |
2009년! 신나는 새해다. 감정이 앞서 사고 칠까 겁난다. 눈앞에 돈이 수북이 쌓여있는게 보인다. 부자들이 누리고 사는 것처럼 신바람나게 쓰고 싶다. 올 한해를 시작하며 머리에 그려본 꿈이다. 누구나 한번은 그려봄직한 이러한 꿈들이 허공의 별처럼 멀기만한데 머릿속에서 오락가락한다. 공상에는 돈이 들지 않아 좋다. 허망한 꿈일지언정 나는 많은 사람들이 잠시라도 이런 꿈에 젖어보면 조금은 위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세계 곳곳에서 바로 나의 주변에서 들려오는 어두운 소식과 서민들의 긴 한숨 소리를 들으면 이러한 꿈조차도 자리할 수 없는 널브러진 페허의 어두운 가슴에 찬바람만 돌지 않을까하는 마음에서다. 그러나 지나친 염려는 나의 기우임을 확인하는데 그리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날 지는 해와 뜨는 해의 시간 앞에서 마치 나를 조롱이라도 하듯 많은 사람들은 어둠속에서 즐거움의 함성으로 천지를 개벽시키고 있었다. 그들을 느끼면서 희망도 함께 볼 수 있었다. 술에 취한 듯 흔들리는 버스안에서는 어지럽고 혼란스러워 현기증만 난다. 올바른 생각을 유지하기 어렵다. 밖의 사물들을 바로 보려 애쓰지만 제대로 보이지 않고 휙휙 지나칠 뿐이다. 아무리 사회가 어렵고 환경이 힘들다해도 나의 마음이 안정되어 있으면 주변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흙탕물 속에서는 안을 볼 수 없고, 맑은 물에서는 안에 사물이 밝게 보이 듯 우리의 마음도 안정되어 있으면 현실이 바로 보여 올바른 길을 제대로 찾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나도 온갖 번뇌와 집착을 가진 스님이며. 그것들은 장애물이기에 집착해선 안되고 놓아버려야된다. 집착과 번뇌의 무게를 줄이려고 오랜세월 닦아왔지만 방심하면 어제의 노력이 순식간에 날아가 버리기에 나를 이끌어갈 마음의 뿌리를 잃지 않으려고 이 순간에도 거울 앞에 서서 저울의 무게를 가늠해 본다. 나는 신분상 늘 받는 것에 익숙해있다. 받는 것에 익숙해 있다는 것은 거지와 조금도 다를게 없다. 나는 행복한 거지다. 그것에 만족하면 거리의 거지와 다를게 없고, 그것을 나눌 수 있으면 참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종이 한 장 차이면서도 이것을 알아채기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 절 맞은 편에 늘 밤을 지새는 거지가 있는데 전에는 한 사람뿐이더니 연말이라 그런지 아님 사회가 먹고 살기 더 힘들어져 그런 것인지 어느 때는 5명까지 제비처럼 한 줄로 앉아 있다 잠들어 있는 모습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나의 주변은 모두 나의 공부 도량이 되어 주어 거울처럼 나를 바로 보게 하여 받는 것에 숙련공이 되지 말라 일깨우고 있다. 받는 것에 익숙해지면 감사할 줄 모르고 만족할 줄 모른다. 나도 한때는 나의 통장에 돈이 얼마 되지 않는 것에 잠시 마음이 흔들렸던 적이 있었다. 스님 생활 10년이 넘었는데 내 통장에 500만원 밖에 들어 있지 않은 것이다. 누가 나의 노후를 책임져 주지 않고 대책이 뚜렷이 없는데 그 돈으로 어찌 말년을 준비할 것이며 많이 아프기라도 하면 금새 날아갈 돈인데 어떻게 할까? 제대로 남들처럼 쓰고 산 것도 아니고 나에게 들어가는 돈을 최대한 아끼고 용돈을 모은 것인데 부처님 말씀대로 번거로이 많은 인연 맺지않고 나름 열심히 살았는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러나 수행자인 나의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은가를 깨우치고 나서는 세상을 마음에 담기도 하고 비우기도 하는데 수월해져 지금은 자유롭다. 한 생각 바꾸면 세상이 극락이란 말이 있다. 내가 움켜쥐고 있으려는 욕심에 마음이 힘들었던 것이지 내가 놓아 버리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나니 많은 것들이 채워졌다. 다른 것이 아니다. 내가 먼저 몸도 마음도 하나가 되어 베푸는 것이다. 더블어 함께 나눌 수 있는 마음이 가득할 때 감사할 수 있는 것이고 행복해 할 수 있다는 것을 믿는 다면 기축년 새해는 힘들다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경제가 힘들면 마음이 힘든 사람이 늘어 간다. 그럴수록 여러분이 행복해 질 수 있는 기회도 많아지는 것이다. 여러분 스스로가 외면하지 않는다면 기회는 여러분의 몫이다 길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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