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가위에는 술(酒) 대신 차(茶)를 한가위 특집- 불교식 차례·성묘는 이렇게/ 황금연휴를 사찰에서 술·고기 대신 차·채소로… 의식도 불교식으로 불교생협 이용하면 유기농 제수용품 장만 쉬워
민족의 명절인 추석이 다가온다. 귀향인파에, 교통대란에 짜증스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고향을 찾아 가족들을 볼 수 있다는 데 이런 짜증도 눈녹듯 녹아내린다. 더구나 올 추석은 최장 9일을 쉴 수 있어 황금연휴라고 불리우고 있다. 이에 본지는 추석을 맞아 불교식 차례상 차리기와 연휴 동안 진행하는 템플스테이에 대해 알아봤다. 온 가족이 모이는 추석을 불법의 향기 속에서 지내보자.
일반적으로 차례는 유교문화의 산물이라고 보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불교에도 불교만의 차례의식이 있다. 일반적으로 유교의 차례가 조상의 넋을 기리는 데 있다면 불교식 차례는 조상들이 생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데에 목적을 둔다.
즉, 불교식 차례에는 ‘천도’의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다. 따라서 불자들은 차례를 지낼 때 영가들이 무명을 벗어나 정각을 이룰 수 있도록 기원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차례의 상차림이나 의식도 불교식으로 해야 옳다. 불교식 차례의 상차림은 어떤 것일까. 불교식 차례상에는 제주(祭酒) 대신 차(茶)를 쓰고 생명을 존중하는 불교정신에 따라 고기와 생선은 올리지 않는다.
차례상 첫줄에는 과일·과자가, 둘째 줄에는 나물류·식혜가, 셋째 줄에는 채소·탕류가, 넷째 줄에는 전·송편(떡)·차가, 다섯째 줄에는 밥(메)·국(갱)이 놓인다. 차례상 좌우에는 국화 등 화려하지 않은 꽃으로 장엄한다.
불교식 차례법에서는 유교식과는 달리 병풍·위패(지방)·사진 등은 상황에 따라 제외해도 무방하다. 차례 의식 순서와 내용도 일반적 차례와는 차이가 있다. 불교식 차례의 순서는 대략 다음과 같다.
부처님을 모시는 의식인 미타거불(彌陀擧佛)을 시작으로 △부처님께 차를 올리는 다게(茶偈) △조상의 영가를 모시는 청혼(請魂) △공양을 올리는 의식으로서 잠시 쉬면서 조상님을 추모하는 담소 시간을 가지는 공양 △조상님과 다른 영가께 모두 공양되도록 하는 진언인 보공양진언 봉독 △마무리하는 진언인 보회향진언 봉독 △원을 세우고 조상님에 대한 추모의 생각을 키우는 의식인 발원 등의 순으로 진행된다. 마무리인 발원에서는 큰절 2배 후 헌식하고 그릇의 뚜껑을 닫고 위패를 사르면 된다.
혹여 차례 상차림이나 의식 절차가 어려운가? 매년 명절마다 불교식 차례의 상차림과 의식을 가르쳐주고 시연하는 사찰이 있다. 태고종 열린선원(원장 법현)이 바로 그곳이다.
열린선원장 법현스님은 전 국민이 차례를 지내면서도 실제 차례 올릴 때 차를 쓰지 않고 술을 쓰는 것을 바로잡아 차를 올리도록 하기 위해 90년 초반부터 차례에는 차를 올려야 한다는 운동을 전개해 왔다.
1997년도에는 천중사에서 제1회 불교식 차례시연회를 개최해서 좋은 반응을 얻었고, 조계종에서 발간한 법요의식집과 여러 사람이 발행한 의식집 및 의식해설서 그리고 각종 의식관련 논문과 다도서적에 인용되고 있다.
법현스님은 매년 명절마다 불교식 차례에 대한 특강과 시연회를 마련한다. 올 추석에도 불교식 차례를 홍보하기 위해 지난 18일 시연회와 강좌를 개최했다. 이에 대해 법현스님은 “흔히 다도(茶道)의 효시로 알려져 있는 ‘충담스님(忠談師)의 미륵부처님께 차올리기’가 바로 차례(茶禮)의 비롯이며, 우리나라의 전통종교와 사상인 불교와 유교가 모두 다 차례를 아주 중시해 오고 있다는 점은 여러 자료에서 확인된다”고 주장했다.
스님은 또 “근래에 초의선사(草衣禪師)의 동다송(東茶頌)보다도 3백여년 앞선 차시를 남겨 다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한재공(寒齋公) 이목(梨穆) 선생이 조상님께 지낸 제사 홀기(笏記)에서 ‘국을 내리고 차를 올렸다(撤羹奉茶)’는 내용이 발견되기도 하는 등 종교·사상의 차이에 관계없이 제사와 차례에 차를 썼음이 증명됐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차례상의 기본인 정성을 잊어서는 안된다. 특히 좋은 재료를 구입하는 것은 필수. 불자가정에서는 되도록 유기농 농산물을 구입해 조리한 후 상에 올리는 것이 좋다.
유기농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곳으로는 불교생활협동조합(www.budcoop.com)이 있다. 불교생활협동조합은 친환경공양미 등 유기농재료를 직접 재배해 판매하고 있다.
불교생활협동조합은 추석을 맞아 유기농 햅쌀을 비롯해 깐녹두·제수포·건고사리·건도라지 등 제수용품들을 온라인 상에서 판매하고 있다. 또한 산머루 와인·굴비·사과(5kg) 등 추석 선물도 마련돼 있다. 신중일 기자 bono98@jubul.co.kr
# 차례의 유례 《삼국유사》‘표훈대덕’에 차례의 사례가 나온다. 경덕왕이 즉위한 지 24년 되던 해(765) 삼짇날(음력 3월 3일) 귀정문에 올랐다. 왕이 능력 있는 스님을 데려 오라 하자 위의(威儀)를 갖춘 큰스님을 데리고 왔다. 그런데 왕은 자기가 원하는 이가 아니라며 내쳤다. 다시 스님 한 사람이 납의(衲衣)를 걸치고 앵통(櫻筒)혹은 삼태기를 걸치고 오는 모습을 보고 기쁜 표정으로 누상으로 인도했다. 그 스님이 바로 충담(忠談)이다. 충담스님은 경덕왕에게 “매년 3월 삼짇날과 9월 중양절이면 차를 달여서 삼화령의 미륵세존에게 올린다”고 말했다. 큰스님들의 탄신일에 지내는 제사를 다례(茶禮)라 하고, 아침예불의 게송을 다게(茶偈)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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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황금연휴 맞아 템플스테이 참여 화제
전국 주요사찰 다양한 프로그램 마련 관광객 유치 노력 달빛아래 참선·산행 템플스테이 등 차별화된 기획 눈길
민족 최대의 명절 한가위를 앞두고 전국 주요 사찰들이 추석 연휴 전용 템플스테이를 마련해 눈길을 끈다. 특히 이번 개별 사찰별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기존 템플스테이에서 접할 수 없던 독특한 내용이 많아 참가자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구례 화엄사는 ‘달빛아래 다섯 날’이란 주제로 오는 22일부터 26일까지 추석맞이 템플스테이를 진행한다. 주요 프로그램으론 사사자탑 달빛아래 참선을 비롯해, 산내 암자 순례·송편 빚기·유언노트 작성·계곡 따라 솔잎먹기·법상에 올라 ‘사자후’ 등이 있으며, 추석 당일인 25일에는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을 위한 ‘조상을 추모하는 고성 염불기도’와 합동추모제도 열린다.
부안 내소사도 22일부터 29일까지 총 8일간 추석맞이 템플스테이를 진행한다. 참가자들은 2박 3일, 3박 4일, 4박 5일, 7박 9일 등 네 종류의 일정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으며, 산사체험을 비롯해, 변산반도 트래킹·108염주 꿰기·송편 빚기·보름달 맞이 참선 등이 선보인다.
해남 대흥사는 23일부터 26일까지 진행한다. 송편빚기·합동차례 지내기·달빛아래 참선·달빛 아래 고구마 굽기·윷놀이 등의 프로그램이 특히 눈길을 끈다.
구례 천은사는 22일부터 24일까지 2박 3일 일정으로 지리산 노고단 산행 템플스테이를 마련한다. 천은사에서 시작해 성삼재-노고단으로 이어지는 등반 코스를 따라 진행될 이번 템플스테이에서는 직접 만든 DIY주먹밥 만들기 행사 및 천은사 마을 어르신으로부터 배우는 계승 민요 배우기·생태 체험프로그램 등 다른 사찰의 템플스테이 일정과는 확연히 차별화된 프로그램이 소개돼 귀추가 주목된다.
동해 삼화사는 이달 9월부터 11월까지 3달간 두타산 및 무릉계곡·시원한 동해바다를 연결한 ‘가을산행 템플스테이’를 지속적으로 전개한다. 그중 한가위를 맞아 별도로 23일부터 25일까지는 한가위 템플스테이를 실시한다. 산행은 크게 2코스로 나뉘는데, 산행 초보자를 대상으로 한 A코스는 삼화사를 시작으로 관음암·하늘문·신선봉·용추폭포 등으로 이어지며, 산행 중반자 이상을 대상으로 한 B코스는 삼화사를 시작으로 관음암·하늘문·용추폭포·수도굴·12폭포·두타산성 순으로 진행된다.
서산 부석사는 22일부터 23일까지에는 실크스카프 염색체험 템플스테이를, 24일부터 26일까지는 스님과 함께 모시는 조상 추모제·윷놀이 등 전통놀이와 함께하는 추석 템플스테이를 준비했다.
선무도로 유명한 경주 골굴사는 23일부터 26일까지 ‘함월산 그윽한 달밤의 선무드라 춤을 추며’란 주제로 4일간 템플스테이를 진행한다. 야외 법당에서의 달빛 명상과 선무드라·솔잎따기·차례지내기 등이 있다. 골굴사 템플스테이는 또한 내외국인 모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강화 연등국제선원은 23일부터 26일까지 4일간 ‘염화미소 선 수련회’를 개최한다. 이 역시 내외국인 모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이외에도 영평사는 29일부터 10월 21일까지 구절초 꽃 축제를 개최한다. 올해 8회째를 맞은 이 축제는 산사음악회를 비롯해 중양절 세시풍속놀이·지역 노인들을 초청한 경로잔치·7080세대들을 위한 음악공연·걷기명상 프로그램 등이 선보인다.
길게는 9일까지 쉴 수 있다는 올 한가위 황금연휴. 이 기간 동안 무얼 할까 고민하지 말고 사찰 템플스테이에 참여해 격무와 스트레스로 지친 우리 몸과 마음을 고요한 산사와 동화돼 보는 건 어떨지. 장세훈 기자 xsatin@jubul.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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