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월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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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덕사 연등작업 템플스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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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2009년 02월 13일 (15:44)조회수조회수 : 2,547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사계(四季).
태어난 모든 것들이 성주괴공을 되풀이한다고 배웠지만.......
죽어 없어진 것들은 다시는 볼 수 없을 줄 알았는데, 어둠과 추위 속 겨울을 딛고 봄빛 가득히 새 생명이 푸르름으로 인사하는 봄을 대하며 - 새삼 인연법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에 잠긴다.

초파일을 얼마 앞두고 만월산 현덕사에 연등작업을 위한 템플스테이를 위해 몇몇 법우들이 금요일 저녁 각자의 업무를 마치고 강릉 경포대 효산콘도로 출발하였다.

회사나 직장일로 늦게 끝나는 법우들이 밤늦게 절집에 찾아들면 절 식구들이 밤잠을 설치지나 않을까하는 배려로 콘도를 빌려 잠을 청하기로 한 것이다.

세속에 사는 우리는 모처첨의 바닷가 콘도에서의 밤을 그냥 보낼 수 없음에 아내가 집에서
간단히 준비해 온 음식과 안주로 곡차를 마시며 주(酒)님이 그리워 전화를 해대는 동성법우의 애절한 목소리를 안주 삼아 담소(?)를 나누며, 잠자리에 들었다.

지난겨울 임파선 암이라는 선고를 받고 항암제와 방사선 치료로 몸도 마음도 지치고 망가져버린 채 고통의 나날을 보냈던 아내와 함께 연등작업을 가는데, 맑은 바닷바람과 신선한
산바람을 쐬이고 싶은 남편의 마음을 가지고 온 사찰 연등작업 템플스테이 겸 아내의 휴양이라고 해야 옳은 이번 여행!

모처럼 만난 법우들과 한밤이 다하도록 이야기꽃을 피우는 아내에게서 모처럼의 생기와
웃음을 볼 수 있어 기뻤다.

칠흑같은 밤 - 별이 떨어져 멀리서 파도소리와 함께 버서져 버리는 경포대의 밤에 젖어 잠든 우리에게 서울에서 새벽같이 출발한다는 동성법우의 얄미운 알람으로 깨워지고 간단한
아침식사를 마치고 바로 현덕사로 향했다.

모처럼 찾은 아내와 법우들에게 동해의 푸르른 바다와 수평선 맞닿은 하늘가 뭉개구름도 보여 주고 싶었고, 겨우내 씻겨져 흰살 뽀얀 모래사장도 보여주고 싶었다.

곧게 뻗은 고속도로와 산업도로보다는 구불구불 시골길을 따라 어린시절 향수를 맛보게 하고 싶어 바닷가 옛 길을 따라 현덕사로 향하고 있었는데, 뜻밖에도 몇 년 전 산불로 불타버린 산야에 봄이 생글생글 애 띤 모습으로 웃고 서 있는 모습과 길가에 주홍빛 연산홍 꽃가지들의 요염한 눈웃음 유혹까지 볼 수 있어 너무도 좋은 드라이브를 즐기며 절에 오를 수 있었다.

10시 15분 현덕사에 도착한 일행을 처음 맞는 것은 시베리아 허스키(?)와 누렁이...
그리고 때 묻지 않은 대웅전과 봄볕 가득한 산채 그리고 처음뵙는 금강거사님등...
모두가 낯설지 않고 아늑한 고향집에 온 듯한 기분이다.

산 아래 사는 이들이 볼 수 없는 하얀 배꽃과 싸리 꽃이 천지에 가득 웃음으로 우릴 맞고,
조금 일찍 찾아오지 못해 서러운 듯 지다 만 목련 꽃 남은 몇 송이가 힘겹게 눈인사한다.

삼신각 앞 산 벚꽃이 연분홍 사랑을 머금고, 풀 섶에 핀 금낭화 꽃오름이 마치 현종주지스님의 마음처럼 범부의 마음을 두루 감싸안고 머릴 숙여 인사한다.

연산홍, 철쭉 꽃이 청정 만월산 기슭의 정기를 받아 청초한 빛 그대로 때 묻지 않은 채 절집 둘레를 감싸 안은 현덕사!

대웅전 석가모니 부처님 마음을 닮아서일까?
주지스님도,
기도스님, 보살님들, 거사님네, 멍멍님이들도...
모두가 한마음 맑은 마음 청정무구가 모습들이다.

연등작업!
마음과 마음을 이어 철심하나 하나의 인연을 엮어 뼈대를 만들고,
그 위에 하얀 순백의 마음을 담아 창호를 덮고,
너와 나 하나된 마음으로 연잎을 붙여
노란 연등, 빨간연등, 연분홍 연등이 법우님들 손으로 태어나고 있다.
초파일!
촛불에 불붙이며, 가정의 행복과 건강을 기원하고....
어둠을 밝히는 불꽃으로 피어나길 염원하고..
속세의 병든 영혼을 훨훨 태워 무념무상의 정각을 이루옵기를 발원하며...
부지런한 손놀림으로 마음의 정성을 담아 연등을 만들었다.

밤늦게까지 연등작업에 지친 법우들을 위해 산아래 보살님들께서 맛있는 동해의 진미와
간단한 곡차를 준비해 주셔서 이 또한 선계의 신선이나 된 냥, 인심에 취해 정에 젖어 잔을 받았다.
부처님도 슬그머니 눈 감고 못본 채 하시는 듯 하다.
범부들의 조그만 즐거움을 빼앗을 수 없었을 것이요, 화내시면 자비로운 부처님이 아닌 것이여...
“이 곡차한잔이 여기까지 오기까지는 수많은 농부의 땀과.....
(공양게 안해도 용서해 주삼).”
이렇듯 따뜻하고 푸짐하고 인정많은 만월산 현등사 전등만들기의 밤은 또 하루를 넘기고 있었다.

연등 200여개를 만들고 대중방에 늦게서야 잠이든 일행은 새벽공기를 가르고 사부대중을 깨우는 목탁소리에 귀를 막고 몸을 꼰다.
도량석 소리가 은은히 어둠을 가르며 대류를 타고 저 아래 마을까지 부처님 법음을 전하고자 울려퍼지고, 잠에서 깨어난 모든 이들이 사물(법고,운판,목탁,범종)소리에 새로움으로 아침을 열고.....
우린 비몽사몽간 이부자리 속에서 나무석가모니불.......ㅋㅋ

그래도 절집 아침공양시간에 맞추어 부지런히 일어나 세면을 하고 공양을 들고 마저남은
연등작업의 끝을 향해 최선을 다하는 법우들!

남은 한 송이의 연꽃등을 마무리하였을 때의 기쁨은 - 이를 다 만들었다는 성취감보다
우리가 만든 한 송이 송이 마다에 수많은 신도님들의 소원과 염원을 담아 새롭게 피어 날 것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과 행복감 같은 것이었다.

힘은 들고 어렵게 마쳤지만 뜻 깊은 템플스테이였고, 맑은 영혼을 가진 절집 모든 식구들과 포근한 자리에 오롯이 절집 지으시고 우릴 맞이하시는 현종 주지스님께 감사와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마음에서 마음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 같은 곳.
손 뻗으면 언제든 잡아 주실 수 있을 듯한 곳.
누구든 걸림없이 찾아 갈 수 있는 마음 편한 곳. 현덕사!

인간의 마음을 경계하기위해 초발심자경문이 있다면....
현덕사여!
오늘의 마음과 향기가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의 경을 석가모니불에 복장하였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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