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아래 살고 있는 우리네 세상은 절집보다 세월이 빨리 흐르는 듯 하다.
엊그제 목련꽃이 함박웃음으로 까만 밤하늘을 하얗게 수놓고, 철쭉꽃, 개나리꽃 울타리 가득 소근대며 수다를 떨더니만, 지난밤 여름을 재촉하는 봄비에 푸른 잎만 무성히 물오 른 채 생을 다한 꽃들은 허망한 꿈으로 사라져 가고, 그 자릴를 비집고 아카시아 꽃들이 하얀 젖니를 내보이며 미소짓고 있다. 파란 하늘과 푸르른 초목이 맞닿은 만월산현덕사에는 이제야 봄꽃이 만개해 있을 듯싶다. 절집 주위를 짙은 주홍빛 물감을 뿌려 놓은 듯 만개한 영산홍 꽃 무더기들이 아직도 생글생글 웃고 있을 듯도 싶다.
부처님 오신 날!
석가모니부처님께서 룸비니 동산 무우수 아래에서 태어나 동서남북으로 일곱 발자국을 걸으시고 ‘탄생게’를 하심에 “천상천하 유아독존 삼계개고 아당안지(天上天下 唯我獨尊 三界皆苦 我當安之) - 하늘과 땅 사이 모든 생명이 존귀하다. 삼계(욕계, 색계, 무색계)의 육도(지옥, 아귀, 축생, 아수라, 인간. 천)를 윤회하는 모든 생명들의 고통들을 내 마땅히 편안케 하리라.”며 중생구제를 선언하신 날이다.
탐내고, 성내고, 어리석음으로 지은 마음의 때와 고통 모두 씻어 버리고, 맑고 깨끗한 영혼 얻고자 관욕한 손으로 연등을 밝히고 싶다. 빨간등, 노란등, 예쁜 분홍등이 낮에는 바람에 흔들대며 우리네 마음에 묻어둔 소망하나 매달고 춤을 추다가 밤이면 나를 태워 주위를 불 밝히는 촛불하나 밝혀 어둠을 밝힐게다.
부모의 안위와 가족의 건강과 평온을 위하여... 이웃의 웃음과 행복이 온누리 가득하길 바라며..... 나아가 자신의 걸림없는 삶을 기원하며.......
따뜻한 마음, 뜨거운 심장으로 함께 공존해가는 불국토를 염원하며 연등을 달아야겠다.
푸르른 동해바다 용신의 바닷향기와 태백산맥 정기 백두에서 뻗어내려 설악을 지나 만월산 자리한 산신의 솔 향으로 어우러진 현덕사에 순백의 마음으로 초파일 기도를 올리고 싶다.
예쁜등은 보살님께 드리고... 잘 만든 등은 거사님께 양보하고.... 제일 못난 등으로나마 마음의 등불을 매달아 발원하고 싶다.
불기 2552년 부처님 오신 날에는 만월산현덕사에서 만개해 있을 꽃들과 함께 웃으며 보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