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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운하는 '새만금 망령'의 자식일 뿐"[수경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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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2009년 02월 13일 (15:40)조회수조회수 : 2,425
"대운하는 '새만금 망령'의 자식일 뿐"

[기고]새만금 순례를 마치며

수경 스님, 문규현 신부, 이필완 목사, 홍현두 교무 등 한반도 대운하 건설에 반대하는 4대 종단 성직자들이 지난 2월부터 100일 동안 대운하 예정 경로를 도보로 순례했다. 21일 새만금 순례를 마친 수경 스님이 글을 보내왔다. 수경 스님은 "기만적인 정치 논리로 비롯된 새만금은 '재앙의 아버지'요, '이명박표 대운하 구상'은 한반도 대재앙을 부르는 '새만금 망령'의 바로 그 자식"이라면서 "새만금이라는 거울을 고통스럽게 바라보며 반생명, 반국토, 반평화의 얽히고설킨 실타래들을 하나씩 풀어나가기 위해 온 힘을 쏟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편집자.

참으로 먼길을 걷고 걸어 여기까지 왔습니다.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과 함께 한강-낙동강-영산강을 걸어서 새만금까지 왔습니다.

말만 들어도 사무치는 해창 갯벌, 꿈속에서라도 제발 피해가고픈 죽음의 새만금까지 다시 이렇게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절뚝절뚝 걸어서 왔습니다.

5년 전 '봄이 왔건만 봄이 아니라'며 그 누구를 탓하기 전에 내가 먼저 참회하기 위해 시작한 삼보일배의 날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릅니다.

진인사 대천명의 심정으로 행여나 고대하고 고대했건만 남은 것은 허탈감뿐, 목구멍 깊숙이 죽어가는 만경강과 동진강의 썩은 냄새와 사막화된 갯벌의 신음소리만 치밀어 오릅니다. '정녕 아무 소용없는 짓이었는지' 검은 파도처럼 자괴감이 밀려옵니다.

우리 사회의 문제해결 능력이 이 정도밖에 안되는지, 21세기의 지성과 논리는 대체 어디에 있으며 법과 정의, 화해와 상생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공든 탑은 무너지고 또 다시 대립과 갈등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으니 아찔하고 또 아찔할 뿐입니다.

마지막 물막이 공사가 끝난 새만금 방조제는 채 2년도 지나지 않아 생명과 반생명, 살림과 죽임을 확연히 가르는 '제2의 38선'이 되었습니다. 이 죽음의 냄새, 이 죽음의 신음소리, 차라리 두 눈을 틀어막고, 두 귀를 틀어막고, 곡기마저 끊은 채 어디 깊은 토굴에라도 스며들어 잠적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러나 또 어찌하겠습니까?

세상사 둘러보면 '나 아닌 것'이 없으며 또한 '너 아닌 것'이 없지 않으니 어찌 이 불화살을 피할 수 있겠습니까? '수행의 실천이 곧 운동이요, 올바른 운동이 곧 수행'이라고 철저히 믿어온 신념과 불살생의 계율을 어찌 외면할 수 있겠습니까?

그동안 저의 법당은 여전히 해창 갯벌이었으며, 저에게도 신도들이 있다면 죽어가는 새만금의 갯지렁이들과 꼬막들과 백합들이었습니다.

그동안 새만금 갯벌은 우리들의 교회이자 성당이었습니다. 새만금 갯벌은 우리들의 법당이자 '21세기의 성지'요, '생명평화의 교과서이자 바로미터'였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의 교회와 성당과 법당은 지금 말 그대로 지옥이 되었습니다. 마지막 물막이 공사 2년 만에 아수라 지옥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그러나 아직은 늦지 않았습니다. 이제 진정으로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 부산에 도착해 대운하 반대 미사를 드리고 있는 순례단. ⓒ연합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먼저 우리 모두 무릎을 꿇고 죽어가는 새만금을 핏발 선 두 눈으로 똑똑히 바라봐야 합니다. 새만금이라는 거울을 고통스럽게 바라보며 반생명, 반국토, 반평화의 얽히고설킨 실타래들을 하나씩 풀어나가기 위해 온힘을 쏟아야 합니다.

지금 당장 새만금 문제를 외면하고서는 '한반도 대운하' 문제 등 그 어느 것도 해결할 수 없습니다. 새만금 문제는 환경파괴를 최소화하는 지속가능한 발전과 주민 생존권의 문제가 씨줄날줄로 얽혀있는 중요 사안인 동시에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실마리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새만금은 전북지역의 일인 동시에 전국적인 일이요, 전지구적인 일입니다.

제발이지 전북도가 앞장서서 해수유통 등을 통해서라도 변산반도와 더불어 새만금을 세계적으로 돋보이는 생태관광지 등으로 보전하고 잘 가꾸어 전 국민의 자랑이 되게 해야 합니다.

이제 새만금은 더 이상 죽임의 터, 투쟁의 장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마침내 새만금은 우리 시대 희망의 터전이어야 하며, 상생과 화해의 잔치마당, 생명평화의 베이스 캠프여야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둘러보아도 지금의 새만금은 재앙의 근원지일 뿐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기만적인 정치 논리로 비롯된 새만금은 '재앙의 아버지'요, '이명박표 대운하 구상'은 한반도 대재앙을 부르는 '새만금 망령'의 바로 그 자식입니다.

새만금이 재앙의 뿌리라면 한반도 운하는 재앙의 무성한 가지와 잎이요, 온 세상에 널리 퍼질 공멸의 씨앗들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자세히 들여다보면 바로 우리 자신들 또한 온몸이 죽어가는 새만금이요, 온 마음이 역천 재앙의 대운하입니다.

그리하여 저는 다시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과 함께 참회의 기도를 합니다. 새만금 문제를 푸는 일이 곧 운하 문제를 푸는 길이며, 또한 저 자신 불살생의 계율을 지키려는 출가 수행자로서의 본분을 다하는 오직 한 길이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나의 뿌리는 너요, 너의 뿌리는 나입니다-'

동체대비 사상에 입각해 유정무정의 모든 생명이 평화롭고 청정하게 살아가는 세상을 꿈꾸며, '삼보일배'의 절절한 참회의 심정으로 뭇 생명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또 구할 뿐입니다.

제2의 불화살이 날아옵니다. 그러나 굳이 피하지는 않겠습니다.

저는 이제 목숨을 바칠 각오가 다 되었습니다.

불기 2552년 4월21일
收 耕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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