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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 밥풀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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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2009년 02월 17일 (15:58)조회수조회수 : 1,818
현종스님 / 강릉 현덕사 주지

장독대의 장독에 노랗게 송화가루가 내려 앉았다.
새벽에 창문을 열면 솔향기가 가득 밀려 온다.
어느 곳에서 무슨 꽃이 어떻게 피는지는 모르지만 향기로운 꽃의 향기가 오월의 감미로운 바람에 실려와서 산사를 감싸고 있다.

이른 봄에 버들강아지 꽃을 시작으로 노루귀꽃, 노랑제비꽃, 금남화, 할미꽃, 진달래, 생강꽃, 산벚꽃, 조팝꽃 등 지금은 층층나무꽃, 찔레꽃, 붓꽃, 창포꽃, 한 그루 밖에 없는 해당화 꽃도 예쁘게 피었다.
하얀 찔레꽃이 피기 시작하여 달콤한 꽃향기가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현덕사 길은 비포장길이라 천천히 다닐 수 밖에 없어 꽃이 피고 지고 다람쥐가 종종걸음치며 개구리가 폴짝폴짝 뛰는 것도 보고 가끔은 꽃뱀이 길을 가로질러 가는 것도 볼 수 있어서 좋다.
그런 어느날 차창너머로 조그마한 꽃이 보여 자세히 보니 자주색과 하얀색의 꽃이 피었는데 꽃대만 송송 올라와서 무더기로 피어있었다.
귀엽고 예뻐서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그게 노루귀 꽃이었다.
노루귀처럼 꽃잎이 쫑긋한 게 참으로 앙증맞고 귀여운 꽃이었다.

누가 지었는지 모르지만 꼭 노루귀를 닮았다.
이집 저집에서 얻어 심어놓은 금낭화가 올해도 이쁘게 피었다.
새순이 올라오는가 싶더니 꽃망울도 함께 맺혔다.
내가 게으른 탓에 다비성 식물인데 퇴비를 충분히 하지 않아서 쑥쑥 자라지도 않고 바로 꽃을 피우구나 하고 미안한 마음이 한가득이었다.

그런데 그게 꽃을 피운 채 하루가 다르게 자라더니 지금도 이쁜꽃을 줄줄이 매단채 예쁘게 피어있다.
금낭화를 다른 이름으로 며느리 밥풀꽃이라고도 하는데 내가 보기에도 분홍빛 입술에 꼭 밥풀데기가 튀어 나올 것처럼 보인다.
왜 하필이면 며느리밥 풀꽃인가 하면 미운 며느리가 밥을 맛있게 먹는 것을 본 시어머니가 심술이 나서 빰을 때려 그때 밥알이 튀어나왔는데 그 모습을 닮았다 하여 며느리밥 풀꽃이라고 하는 슬픈 전설을 가진 가련한 꽃이다.

어렸을적 기억에 들길 옆이나 야산에 특히 무덤가에 흔하게 볼수 있었던 게 할미꽃이었다.
먼저 핀 꽃은 지면서 그 꽃에서 호호백발 할미의 머리카락처럼 하얗게도 피어난다.

그리고 몇일 지나고 보면 이젠 완전히 하얗게 산발한 머리모양이 되더니 한올한올 바람에 실려 인연따라 훨훨 날아가고 생전에 짚고 다니던 지팡이만 남겨 놓은것처럼 길다란 꽃대만 남아 세상의 덧없음에 무상함을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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