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끈질긴 판촉 전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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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
등록일 | 2009년 02월 17일 (16:00) | 조회수 | 조회수 : 1,737 |
인연 있는 스님들이나 도반스님들 처소에 가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가지런히 가득 꽂힌 책장이다. 물론 수행에 필요한 책들이겠지만 가끔씩은 스님들 공부에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 책들이 낱권이나 전집으로 모셔져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물어보면 하나같이 하도 전화를 해서 귀찮아 사주었다고들 한다. 나에게도 2년이 넘게 끈질기게 오는 전화가 있다. M출판사인데 처음에는 한 사람에게서 오더니만 어느 날부터는 여러 사람이 돌아가면서 하고 있다. 나에게는 아무리 전화를 해도 절대로 책을 사지 않을 거라 했는데도 막무가내다. 그 사람들 생각은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고, 백 번, 천 번 전화를 하면 책을 사 줄 거라는 생각인 것 같다. 고운 목소리로 다정스럽게 말도 잘해 나처럼 냉정한 사람도 어떨 때는 귀찮기도 하고 끈질기게 하는 의지가 대단하여 ‘그래, 하나 사줄까’하고 마음이 약해질 때도 있었다. 전화가 오는 곳이 하도 많아 다 나열할 수 없고 많이 오는 곳을 적어보면 출판사, 신문사, 방송국, 복지시설, 제약회사, 식품가공회사, 동충하초, 마늘환, 여행사 등 수도없이 많다. 전화를 하는 사람은 한 사람이지만 받는 사람은 여러 군데서 받으니 짜증이 날 수 밖에. 그것도 아무 필요도 없는 전화를 말이다. 며칠 전에는 점잖은 목소리로 아주 정중하게 모방송국 차장이라고 자기를 소개하면서 나를 잘 아는듯이 안부도 묻고해서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사람이 없는데 누굴까 하고 궁금해 하는데 그때서야 추억의 영화를 비디오테이프로 제작하여 판매하고 있단다. 비디오도 없고 해서 살 필요가 없다고 하니 절에서 필요하지 않으면 양로원이나 복지시설에 기증하면 좋아한단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중에도 전화를 받으니 새로 나온 국어사전, 동의보감 그리고 그 회사에서 나온 책 홍보지를 보내주겠단다. 책을 구입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하는데도 그냥 받아 보기만 하란다. 어떻게 이렇듯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해서 귀찮게 하는 걸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특히 절에 사는 스님들이 귀찮아서 아니면 그 사람들의 끈기와 말솜씨에 물건을 구입해 준 전례가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끈질기게 할 수 있나. 물론 필요하면 사야 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냉정히 거절하여 삼보정재가 낭비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2001. 12.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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