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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국새 소리 들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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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2009년 02월 17일 (15:58)조회수조회수 : 1,589
현종스님/ 강릉 현덕사 주지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어제 아침에 올해 들어 처음으로 소쩍새 우는 소리를 들었다.
소쩍새는 밤에만 우는 걸로 알고 있는데 나의 귀를 의심하여 숨을 죽이고 들어보니 틀림없는 소쩍새 소리였다.
지난해 여름 잔인하게 모든 것을 쓸어간 물난리에도 살아남아 여름밤을 함께 한 그 소쩍새이길 간절히 바랬다.

가끔씩 ‘풀국 풀국’ 하면서 우는 풀국새의 소리를 들으면서 지난 한 여름밤의 소쩍새는 언제나 오려나 하고 많이 기다렸던 터였다.
풀국새의 울음소리는 출가하기 전에 고향에서 한가한 봄날에 많이 들었었다. 아마도 지금처럼 진달래가 온 산을 붉게 물들었을 때였다.

풀국새 소리를 들으면서 저 멀리 남쪽하늘 아래에 있는 고향이 그리워진다.
지금쯤 고향의 산과 들에도 봄꽃이 만발하고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붉게 피어 있을 것이다.

소쩍새 소리는 출가이후 여러 산의 절에 기거할 때, 객실에서 오지 않는 잠을 청할 때, 소쩍 소쩍 따라 하면서 밤을 꼬박 새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나만 그러했는지는 모르지만 소쩍새 소리를 들으면 마음속 저 깊이 내면의 그리움인지 슬픔인지 모를 무엇인가가 뭉클 뭉클 솟아오른다.
무슨 사연이 그리도 많은지 밤을 새워 우는데 새벽녘에는 목이 쉬어서 잘나지 않을 법도 한데 그대로 소쩍 소쩍이다.

작년 이맘때 제비가 날아와서 며칠을 있다가 갔는데 얼마나 반갑든지 제비가 집을 지을 수 있도록 받침대도 해주고 최대한 편리를 보아주었는데 기어이 나의 성의를 몰라보고 떠나갔다.
옛날에는 그 흔하게 보이던 제비가 이제는 찾아볼래야 볼 수가 없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환경오염이 제일 큰 원인이 아닐까 생각된다.
조금만 더 있으면 아름다운 우리의 강, 산과 들에 독한 농약냄새가 진동을 하리라….
산의 방제작업 등을 요새는 비행기나 헬리콥터를 이용해 아예 공중살포를 해댄다.
해충에 못지않게 이로운 곤충이나 동물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도 몇 번이나 공중 살포를 목격했고, 그로 인해 나 자신도 피해를 보았다.
비누로 씻고 씻어도 그 역겨운 약냄새는 오래도록 남아 있었다.

흔히 볼 수 있었던 운치 있고 정겨운 초가집이나 기와집이 편리함만을 추구하는 현대화에 밀려 ‘성냥곽’처럼 일률적으로 지어진 시멘트 건물뿐이라 제비나 참새가 집을 짓고 싶어도 지을 곳이 없다.
그렇다고 허공에다 집을 지을 수도 없으니 새들이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우리 현덕사만 이라도 자연 친화적이고 이 땅에 존재하는 모든 중생들과 함께 더불어 살수 있는 집을 지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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