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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를 보내며 (중부일보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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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2017년 02월 06일 (18:11)조회수조회수 : 153
                              

저 아래 남녘으로 달아나버린 가을을 쫓아서 성지 순례를 잠시 다녀왔다. 내가 가는 곳은 대부분이 산속이라 그런지 그곳도 저문 가을의 끝자락만 남아 있었다.

텅 빈 들판 논에는 벼를 벤 후 새로 돋아난 움들이 가을 햇살을 받으며 파랗게 자라고 있었다. 곧 내릴 차디 찬 된서리에 꽃도 피워보지도 못하고 얼어 버릴 것을 생각하니 내 마음이 아려왔다.

나는 가을의 정취를 맑은 가을 햇살 아래 발가스레 잘 익은 감나무의 감에서 찾고 느낀다.
서너개씩 남겨 놓은 까치밥을 새들이 평화롭게 쪼아 먹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다행히도 곳곳의 감나무에 까치밥을 남겨 놓았다.
일손이 부족해서인지 아직도 감이 주렁주렁 그대로 달린 감나무도 많이 보였다.
남녘 사람들의 넉넉한 인심이 순례길 길손의 마음을 흐뭇하게 해서 즐거운 여행길이 되었다.

나는 또 지푸라기나 검불 낙엽 태우는 냄새를 좋아 한다. 예전에는 시골길을 다니다 보면 타작마당을 정리하고 짚을 태우는 곳이 많이 있었다. 또 떨어진 낙엽을 쓸어 태우는 연기의 내음이 온 마을을 휘감은 자연의 향 내음이 참 좋았다. 운 좋게 검불을 태우는 연기를 만나면 차창을 내려 차안 가득 연기를 담아 추억에 취해 보았다.
내겐 낙엽이나 짚을 태우는 내음은 고향의 향수이고 그리움이고 추억이다.


도반 스님의 토굴 찾아가는 어느 마을 어귀에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올라 반가운 마음에 달려갔다. 그런데 낙엽에 섞인 비닐이나 플라스틱 스티로폼이 타면서 내뿜는 유해 화학 연기에 도망치듯 빠져 나왔다. 우리생활에 이곳 저곳에 온통 석유화학제품에 둘러 쌓여 살아가고 있지만 농사에도 이 화학제품이 많이 쓰이는 모양이다. 생각해보면 봄 농사를 준비할 때도 온 밭에는 검은 비닐로 덮어져 있고, 비료 포대며 농약용기등 모두 석유화학제픔인 것이다. 농촌 일손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는 면이 있지만 편리를 위해서 쓰는 석유화학제품을 조금씩이라도 줄여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비닐 포장지는 종이포장지로 바꾸고, 스티로폴 상자는 조금은 무겁고 비싸지만 친환경적은 종이 제품을 쓰고, 농약용기도 플라스틱에서 재활용 할 수 있는 유리제품으로 바꾸면서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이 모두를 힘겹게 우리 농산물을 지키며 살아가는 농부들의 몫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정부나 지방정부에서도 함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우리 모두가 같이 노력하고 신경 써야 국민 모두가 믿을 수 있는 농산물 을 식탁에 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 소비자들도 농약을 가능하면 쓰지 않고, 화학제품에도 노출되지 않은 농산물은 제 값을 지불하고 구매해야 농부들도 농업을 포기하지 않고 우리 농산물을 지켜 낼 수 있는 것이다. 소중한 우리 먹거리를 지켜내는 것은 농부들만의 책임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책임이자 의무인 것이다. 우리 후대에게 외국의 농산물만 먹일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이번 여행길에 혹시나 하는 마음 한 켠엔 해질녘 저녁밥 짓는 굴뚝에서 나는 연기를 볼 수 있을까 기대했었다. 내 욕심이었다. 이제 시골도 많이 현대화 되었고 더 이상 연료로 장작을 사용하지 않은지 오래된 걸 알면서 말이다.

옛날 어렸을 때 살던 고향 마을에서는 아침저녁에는 소죽 끓이고 밥 짓는 연기가 여기저기 굴뚝에서 피어올랐었다. 산 밑에 옹기종기 앉은 낮은 지붕위로 온갖 형상으로
피어 오르는 연기가 무척이나 신기하고 평온함을 안겨 주었다.

그런 고향이 그립고 밥 지을 때 피어 오르는 해질 녘 굴뚝의 청솔가지 태우는 하얀 연기가 그립다.

강릉 현덕사 현종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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