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 마음 부처님 마음’. 현덕사 경내에 부처님오신날 봉축 현수막으로 걸린 글귀다. 오월은 우리 불교계 최고의 명절인 ‘부처님오신날’이 있는 달이다. 전국 사찰에서는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부처님의 대자대비한 자비사상이 온 누리에 전해지고,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되길 염원한다.
오월은 ‘가정의달’이기도 하다. 올해는 5월8일 어버이날이 부처님오신날과 같은 날이다. 부처님은 이 세상 모든 중생들의 어버이시다. 그리고 어머니는 부처님 같은 대자비심으로 낳아 길러 주신 육신의 부모님이시다.
해마다 오월이 되면 돌아가신 아버지보다 어머니가 생각나고 그리울 때가 종종 있다. 마가스님의 극진한 효도행을 보면서, 나 자신이 참으로 부끄럽고 어리석어 화가 나기도 한다. 그런 스님이 한없이 부럽고 존경스럽다. 어머니가 살아 계실 때는 그 큰 은혜를 모르고 살았다. 출가하기 전에도 불효만 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효도다운 효도를 하나도 한 게 없다. 오직 근심 걱정만 끼쳐 드렸다.
어머니와 현덕사에서 몇 달 같이 산 적이 있다. 잠깐 살면서도 조그만 일에 화내고 차에 태우기를 몇 번이나 했다. 집에 가시라고. 어머니의 이상행동을 이해하기보다 못마땅하게 여겼다. 지금 생각해 보면 초기 치매 증상이었는데, 못난 아들은 그것도 모르고 화만 냈었다. 세상의 어머니가 다 그러시겠지만 우리 어머니는 유독 아들밖에 모르고 사셨다. 언제나 늘 자식이 먼저고 자신은 뒤였다. 뭘 먹어도 아들이 먼저였다.
도량 주변에 산딸기가 많다. 조금 있으면 산딸기가 빨갛게 익을 것이다. 그때가 되면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각나고 더 그리워질 것만 같다. 어머니는 열린 산딸기를 따서 좋은 것만 소복이 담아서 내 방에 갖다 놓곤 했기 때문이다. 산딸기 철이 끝날 때까지 가시에 찔리면서도 아들에게 좋은 것 먹인다는 생각뿐으로 그러셨으리라. 그런 어머니를 그때는 왜 소중하고 고마운 줄 몰랐는지 후회막급이다.
내 나이 이쯤 되고 보니 부모님 생전에 잘해 드리지 못한 불효가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지금 살아 계신다면 날마다 업어드릴 것 같다. 또 맛있는 음식을 해드리고 한 치도 마음 상하지 않게 해드릴 것이다. 그런데 잘해 드리려고 해도 지금은 이 세상에 계시지 않으니, 그저 먼 하늘만 쳐다볼 뿐이다. 효는 모든 공덕의 근본이다.
[불교신문 제3715호/2022년 5월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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