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월산 이야기

만월산 이야기
게시물열람
제목

검둥이의 부음

작성자
등록일2012년 05월 02일 (21:23)조회수조회수 : 1,270
검둥이의 부음 조회수 : 78 | 추천수 : 0
먼 길을 다녀와서 처음 들은 소식이 검둥이의 부음이었습니다. 여행 중에도 몸이 불편한 검둥이가 마음에 걸렸지만, 이렇게 빨리 갈 줄은 몰랐습니다. 생과 사가 둘이 아니라고 하지만 검둥이의 빈자리가 참 컸습니다.

검둥이는 내가 일찍 오건 늦게 오건 한결같이 제일 먼저 달려와 반겨주고, 내 방까지 따라와 주곤 했습니다. 또 검둥이는 현덕사의 주인 견으로서도 최선을 다하고 갔습니다. 검둥이는 처음 온 손님이나 신도들을 낯설어하지 않고 반갑게 맞이하여 법당으로, 삼성각으로, 약사부처님 계신 곳으로 안내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있을 때면 기특하게도 손님들을 내방까지 모셔오곤 하였습니다. 비록 말 못하는 짐승이지만 검둥이는 이렇게 온 몸으로 손님을 반기고 즐겁게 해 주었습니다.

어쩌다 템플스테이 오신 분들이 포행이라도 가면 어느새 검둥이가 앞장서서 길도 안내하고, 평소 알고 지낸 보살님의 집 앞을 지날 땐 그 곳으로 손님을 안내하여 차도 한잔 얻어 마시는 인연을 맺어 주기도 하였습니다.

우리 절에는 검둥이 말고도 나이가 어린 흰둥이가 있는데, 아무리 맛있는 것을 주어도 검둥이는 먼저 먹겠다고 다투는 법이 없었습니다. 늘 어린 흰둥이에게 양보하고 흰둥이가 다 먹을 때까지 옆에서 점잖게 기다렸습니다.

검둥이는 사람으로 치면 아주 점잖고 덕이 있는 품성을 지닌 인격자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요새 말로 하자면, 우리 검둥이는 그야말로 최고의 ‘젠틀견’이었습니다.

인간의 끝없는 탐욕으로

온 산천에 올무와 덫이 가득

잔혹한 인간들을 대신하여

진심으로 참회하며

너그러운 용서를 청합니다

어느 날 이런 검둥이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검둥이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이웃동네로 마실을 갔나’ 하고 기다렸지만 며칠이 지나도 검둥이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평소의 똑똑한 검둥이를 생각하면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급기야 걱정이 된 기도 스님이 검둥이를 찾아 나섰습니다. 절 주위며 이웃동네를 돌며 검둥이를 찾는 중에 어떤 거사님께서 며칠 전부터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고 하기에 거사님과 함께 가보니, 검둥이는 올무에 앞발이 걸려 마치 걸레처럼 축 늘어져 있었다 합니다.

오랜 시간 추위와 배고픔에 지쳐 숨쉬기도 힘들어하는 검둥이를 들쳐 안고 병원에 갔더니, 의사는 검둥이가 살기 힘들다고 하였다고 합니다.

만일 천운으로 살아나도, 올무에 걸린 앞발은 잘라야 된다고 하였습니다. 기도 스님은 어쨌든 검둥이를 살려만 달라고 하였습니다. 그 소식을 듣고 가보니, 그 처참한 모습이 차마 눈으로 볼 수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링거를 달고 축 늘어진 검둥이를 부르니, 그 와중에도 주인이라고 힘겹게 고개를 들어 쳐다보고 반겨주었습니다.

검둥이는 그 후에도 입.퇴원을 거듭하며 다행히도 살아났습니다. 그러나 올무에 걸렸던 한쪽 발은 결국 잘라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쪽 발을 잃은 검둥이는 우울증과 스트레스로 인하여 먹는 걸 거부하고 사람을 멀리하였습니다. 그리고 어느 봄비가 내리는 밤에 검둥이는 쓸쓸히 죽었습니다. 공양주 보살님이 검둥이를 양지 바른 곳에 묻어 주었습니다.

인간의 끝없는 탐욕으로 온 산천에 올무와 덫이 가득합니다. 인간은 이렇게 죄 없는 야생동물을 무자비하게 살생하고 있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주변 산에도 수백개의 올무와 덫이 놓여 있습니다.

보이는대로 치우고 없애 봐도 돌아서면 또 새 덫이 놓여 있습니다. 긴긴밤을 배고픔과 목마름을 참으며 공포에 떨었을 그 작고 불쌍한 영혼을 생각하니 내 마음이 짠하게 아파옵니다.

그 가엾은 영혼을 위해서 49재를 지내 왕생극락을 기원할 것입니다. 검둥이는 좋은 일을 많이 하였으니 다음 생에는 좋은 인연으로 태어날 것이라 생각합니다. 잔혹한 인간들을 대신하여 진심으로 참회하며 너그러운 용서를 간곡히 청합니다.

검둥아, 부디 원망을 버리고 용서하여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훨훨 떠나 가거라.

[불교신문 2804호/ 3월31일자
포비맘_()_()_ 불교신문 읽고 찾아왔습니다. 검둥이의 극락왕생을 기원합니다. (12-03-30 09:26:53)
현종고맙습니다. 포비맘님도 참으로 좋으신 분이라 여겨집니다.
강릉에 오실 발걸음이 있으시면 한번 들려 주세요.
맛있는 공양과 차나 드립 커피를 내려 드릴게요. (12-03-31 06:20:16)
코멘트현황
허상호
허상호 | 16/08/17 14:29
그 이후 까미가 들어왔나 봅니다.
16/08/17 14:29
게시물처리 버튼
▲ 다음글 보기 ▼ 이전글 보기 목록보기
게시판검색
만월산이야기
순번제목작성자작성일조회수
112 해외 크리에이터들의 한국 여행기, BTS도 반한 강릉 투어!
현덕사 / 20-01-02 (목) / 조회 : 21
현덕사20-01-02 07:3721
111 [현종칼럼] 산사의 가을 풍경
현덕사 / 19-12-14 (토) / 조회 : 36
현덕사19-12-14 10:4936
110 [절로절로 우리절] <26> 강릉 만월산 현덕사
현덕사 / 19-12-14 (토) / 조회 : 34
현덕사19-12-14 10:4834
109 [불교신문] 쥐천도재를 지내고 싶다는 약사의 부탁
현덕사 / 19-12-14 (토) / 조회 : 32
현덕사19-12-14 10:4632
108 중부일보 칼럼
현덕사 / 18-05-13 (일) / 조회 : 462
현덕사18-05-13 16:55462
107 평창동계올림픽 ㅡ중부일보3월
현종 / 18-05-04 (금) / 조회 : 398
현종18-05-04 05:46398
106 몰래 버린 쓰레기
현덕사 / 18-05-03 (목) / 조회 : 426
현덕사18-05-03 16:05426
105 부처님 오신날 (중부일보 칼럼)
/ 17-05-06 (토) / 조회 : 524
17-05-06 13:28524
104 봄꽃처럼 활짝 웃자 (중부일보 칼럼)
/ 17-05-06 (토) / 조회 : 465
17-05-06 13:15465
103 행복이란 오색무지개 (중부일보 칼럼)
/ 17-02-06 (월) / 조회 : 499
17-02-06 18:22499
102 가을를 보내며 (중부일보 칼럼)
/ 17-02-06 (월) / 조회 : 451
17-02-06 18:11451
101 무 상 (중부일보 칼럼)
/ 17-01-31 (화) / 조회 : 551
17-01-31 20:05551
100 에코 존? (중부일보 칼럼)
/ 17-01-31 (화) / 조회 : 534
17-01-31 20:01534
99 법이 지켜지는 나라가 선진국 (중부일보 칼럼)
/ 17-01-31 (화) / 조회 : 598
17-01-31 19:51598
98 부처님을 편안하게 해 드리자
현덕사 / 14-01-18 (토) / 조회 : 1,004
현덕사14-01-18 12:001,004
97 아버지여! 이 가을 현덕사로 오시라
현덕사 / 14-01-18 (토) / 조회 : 899
현덕사14-01-18 11:57899
96 '아빠 어디가-템플스테이’ 촬영 후기[2]
현덕사 / 14-01-18 (토) / 조회 : 1,221
2
현덕사14-01-18 11:491,221
95 ‘작은 절’의 겨울나기
현덕사 / 14-01-18 (토) / 조회 : 819
현덕사14-01-18 11:45819
94 여름을 같이 보낸 도반들
현덕사 / 14-01-18 (토) / 조회 : 753
현덕사14-01-18 11:39753
93 동해바다 선상명상 체험 템플
현덕사 / 14-01-18 (토) / 조회 : 736
현덕사14-01-18 11:36736
게시판 페이지 리스트
1 2 3 4 5 6
주소 : (25400) 강원도 강릉시 연곡면 싸리골길 170 (삼산리, 현덕사) / 전화 : 033-661-5878 / 팩스 : 033-662-1080
Copyright ©Hyundeoksa. All Rights Reserved. Powerd By Denobiz Cor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