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의 여파로 전국이 바람으로, 비로 난리도 난리가 아닌가 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 현덕사에 내리는

산사의 비는 다른 이들의 고통과는 다른 느낌으로 마음에 다가온다.

 

유난히도 무더웠던 7, 8월 온갖 더위와 벌레들이 괴롭히는 가운데서, 템플스테이 참가자들과 한옥 신축으로 인하여

목수들과 수련생이 합해지고 주변에는 자재들이 어지러이 널려져 여러모로 부산스럽고도 바쁜 날들이 아니었나

싶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삼복더위와 장마 중에 템플스테이 숙소를 한옥으로 새로 지었다. 벽지를 바르고 장판을

깔고 마지막으로 문을 바르고 청소를 한 다음 방을 사용하는데 얼마나 감격스러웠는지 모른다. 새 집을 지어 많은

분들이 부처님 도량에서 편히 지낼 수 있게 도와주신 많은 분들, 신도님들께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사람들은 많이 오고 방은 모자라 내 방까지 내어 주고 일주일여의 잠을 밖에서 자며 절에 출퇴근을 했다. 동냥 잠을

잔 것이다. 그래도 마음은 행복했다. 집은 다 지어졌지만 전기를 고압으로 승압을 시켜야 사용할 수 있는데 무슨

절차가 그리도 복잡한지….

 

그나마 운치 있게 촛불을 밝혀서 고즈넉한 산사의 밤을 제대로 체험하였다. 옛날엔 호롱불을 켜다가 촛불을 밝히면

매우 밝고 환했는데, 지금은 바로 앞에 앉은 사람의 얼굴도 자세히 안 보였다. 이젠 내 눈도 세월을 먹었구나 생각

했었다. 전기가 없어도 화장실과 세면장의 물은 잘 나와 그나마 다행이었다.

 

이제 전기도 들어왔고 보일러도 잘 돌아가서 따뜻하게 잘 수 있다. 책을 읽으며 툇마루에 걸터 앉았다가 누웠다

엎드렸다 하는 모습이 좋고, 솔솔부는 바람을 느끼며 편히 누워있는 모습이 참으로 평화스럽고 예쁘다.

 

또 어떤 수련생은 커피 볶아서 냉각시킬 때 쓰는 체를 머리에 써 보고 어린시절 오줌싸개가 소금 얻으러 가는 모습을

흉내 내며 재미있어 한다.

 

며칠 전에는 수련생이 강아지와 함께 왔었다. 하얀 털을 가진 예쁜 스피츠종이 주인 따라 템플스테이에 와서 마당

에서 자유롭게 뛰어놀고 마루에서 얌전하게 앉아서 기다리기도 하며 법당을 들락거리는 모습이 참 좋았다.

그 강아지도 현덕사에 또 오고 싶어 할 것 같다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

 

새벽 예불시간에는 108배를 한다. 태어난 후 처음해 보는 수련생이 열 명 중에 여덟이지만 천천히 나를 낮추는

생각으로 절을 하며 자기 자신을 흐뭇해 하는 것을 본다. 계단을 내려올 때는 다리가 어색하고 걸을 때 절뚝거리

면서도 다들 웃는다.

 

행복해 하는 것 같아서 나도 흐뭇하고 행복했다. 또 커피 명상체험을 하는데 제일 먼저 커피 생두를 준비하고

그 콩들 중에서 못난 콩을 골라내고 볶는다. 연녹색의 커피 생두가 점점 갈색으로 변해지며 볶아져 가는데 신기한

경험을 하며 즐거워한다.

 

나도 예전엔 커피가 커피나무에서 커피색깔로 익어서 커피가 되는 줄 알았었다. 다 볶은 커피를 갈고 내려서 마시며

커피 명상하고 담소를 나누며 즐거워한다.

 

이렇게 현덕사에서 편하고 즐겁게 쉴 수 있게 될 때까지 그 동안 집을 지으며 애쓰신 많은 분들의 노고가 가슴

깊은 곳에서 뭉클하다. 어두워진 현덕사의 밤 하늘위에 날아다니는 박쥐들의 모습은 수련생들에게 또 다른 경험과

신비감을 준다.

 

티브이에서나 볼수 있었던 박쥐들의 비행, 조그마한 물체에서 반짝반짝 날아다니는 벌레에 호기심을 보일 때 그것이

반딧불이라고 알려주었다. 즐거움의 탄성소리들이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불교신문 2846호/ 9월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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