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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 존? (중부일보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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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2017년 01월 31일 (20:01)조회수조회수 : 203
     에코 존?                         

영동 고속도로를 운전해 다니면서 한글로 에코존 이라는 안내 간판을 보았다. 이 황량한 고속도로에 웬 에코존일까? 주위를 둘러봐도 별반 다른 게 없었다. 여전히 차들은 쌩쌩 잘도 달렸다.

궁금해 도로공사에 전화해 물어 봤다.

그런데 그 직원도 대답을 못해 주었다. 자기도 모른단다. 이 말이 그곳에 어울리는 말인지 모르겠다. 이 얘기는 몇 년 전에 있었던 일이다. 그 표지판은 지금도 그 자리에 서 있다. 우리나라는 영어가 공용어도 아닌데 도대체 누가 보고 이해하라고 이렇게 써놓았는지 한심하다. 차라리 알파벳으로 써 놓으면 어쩌다 지나가는 외국인이라도 알아보지 않을까? 차라리 우리 글로 풀어서 알기 쉽게 써 놓았으면 더욱 좋지 않겠는가. 그 도로는 주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운전하고 다니기 때문이다.

ㅇㅇ 주민센터.

이곳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일상생활을 하면서 행정적인 업무를 보기 위해 찾아가는 곳이다. 옛날의 읍·면·동사무소이다.

우리 고유의 말과 글이 있는데 굳이 외국어로 써야만 했는가를 묻고 싶다. 만든 사람들도 어색한지 또다시 ‘행정복지센터’로 바뀐다고 한다. 그 많은 동사무소의 간판을 또 바꿔야할 판이니 예산 낭비, 인력 낭비...... 이것을 처음으로 입안하고 최종적으로 결정하고 공표해서 쓰게 하는 사람들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었을지 궁금하고 원망스럽다.

우리나라는 영어를 쓰는 나라의 속국이 아니고 자주 독립 국가이다. 그런데 왜 국가 행정을 하는 공공기관의 이름을 외국어로 써야만 하는가 말이다.

“본인 이름이나 자기 가족들 성과 이름을 영어로 쓰고 살아라.”

그렇게 말해 주고 싶다. 얼마나 사대주의 근성이 뼛속까지 박혔으면 그럴까싶다. 빠른 시일 안에 우리의 정체성과 자존감을 위해 우리말과 글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

방송을 보고 들으면 온통 말도 안 되는 국적도 없는 외래어를 사용한다. 우리 방송을 외국인들이 얼마나 보고 듣는다고 외국어를 제대로도 쓰지 않고 일본식으로 제멋대로 줄여서 이해도 안 되게 쓴다.

물론 학교에서는 외국어를 열심히 배워야 할 것이다. 그리고 졸업 후 곳곳에서 외국인을 상대로 맡은 일들을 잘 해야 할 것이다. 외국에서 일을 하거나, 우리나라 안에서도 외국인을 상대로 일을 할 때는 유창한 외국어 실력을 필요로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 대중을 위한 방송이나 신문, 글에서는 외국어 아니면 전달이 어려운 것 외에는 우리말이나 글로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누구 보라고 하는 광고판인지 모르겠다. 간판이란 알리는 홍보의 수단인데 우리는 물론 정작 외국인도 우리나라에 와서 알아볼 수 없는 ‘콩글리시’가 너무나 많아 불편하다고 한다. 우리가 입는 옷이나 생활용품의 대부분이 외국말이고 글이다. 어떤 시어머니가 하는 말, 자기 며느리가 제일 부끄러울 때가 유명 상표를 읽지 못할 때란다. 마구 들여와서 여기저기 사용하는 외국어를 어떻게 다 읽어야 한다는 말인지, 머리가 텅 비고 마음이 공허해 텅 비어버린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나라에서 우리국민을 위해 하는 방송에서 무엇 때문에 별로 잘하지도, 잘 알아 듣지도 못하는 외국어를 써야만 하는가 말이다. 그런다고 해서 별로 인격이 돋보이지도 않고 오히려 더 천박해 보였다. 주위에서도 간혹 보면 별로 아는 것도 없는데 일상대화 중에 꼭 되지도 않는 외국어를 섞어서 쓰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외국에 수출하는 것은 외국말과 글로 써야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국민들 상대로 하는 것까지 꼭 그렇게 해야 하는지 나는 궁금하다. 꼭 외국어로 쓰인 옷을 입고 외국 상표의 식품을 사 먹어야만 있어 보이고 유식해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더 낮아 보이고 더 가벼워 보일 뿐이다.

옛 말에 고향 말을 안 버리고 쓰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라고 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들었고 배웠던 말과 글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아름다운 마음일 것이다. 우리나라 안에서 귀하게 대접 받는 우리말이 밖에 나가서도 귀한 대접을 받을 것은 자명한 이치다.

지금 이 시대의 화두가 세계화 그리고 세계 제일이다. 우리의 이름을 영어로 짓고 우리끼리 하는 대화에 영어로 사용하고 우리나라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방송이나 신문 책자 등에 무분별한 외국어를 남용해 쓰는 게 세계화가 아닐 것이다.

세계화는 우리 것을 소중히 여기고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 진정한 세계화이다. 우리말과 글을 우리가 안 쓰면 누가 쓸 것인가? 요즘 세계 여러 곳에 세종어학원이 있어서 한글을 배우려는 외국인의 욕구를 충족시키려 애쓰고 있고 몇몇 외국 대학들도 한국어과가 설치돼 있고 한국어를 공부하는 동아리들도 많이 생긴다고 한다. 그러니 우리가 우리의 말과 글에 큰 자긍심을 갖고 갈고 다듬어 널리 퍼뜨려야 할 것이다.

우리말이나 글은 잘 못하고 틀려도 부끄러운 줄 모른다. 정말로 부끄러워하고 창피한 줄 알아야 되는데도 말이다. 그런데 외국어를 잘 못하고 틀리면 억수로 창피해 하고 부끄러워한다. 한마디로 무엇이 더 소중한지를 어떤 것이 더 부끄러운 것인지를 모른다는 말이다.

우리말 우리글을 우리가 아끼고 제대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일이지만 실천하지 않는 현실은 크게 반성해야할 일이다.

우리말과 글을 우리가 안 쓰면 누가 쓸 것인가?

현종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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